올 초부터 국산지황은 완전히 동이나버렸습니다.
작년 태풍의 피해로 지황의 최대 산지라 할 경북지역의 지황밭이 쑥대밭이 되어버리고 뿌리가 썩어들어가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그 원인입니다.
올해 파종한 지황이 가을에 수확되기 전까지는 6월 중순경 하우스 지황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아무런 도리가 없다하겠습니다.

지황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숙지황 작업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국산 지황으로 작업한 숙지황만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킬수가 없어, 부득이 중국 건지황을 들여와 숙지황 작업을 하였습니다.

중국 하남성에서 생산된 상품(上品)으로 인정 받은 우수한 지황만을 선별하여 깨끗이 세척 건조하여 들여왔습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지황을 말리는 과정에서 세척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세척시 감량이 되고 세척시설이 미비한 경우가 많으며 건조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인데 세척을 하지 않고 대충 흙을 털어내고 건조한 지황으로 만든 숙지황은 씹었을 때 모래나 잡질 등이 씹히게 됩니다.

깨끗이 작업해서 들여온 건지황을 효모배양기술을 이용해 특별히 제작한 황주로 세척하고, 술에 버무린 다음 이틀동안 술을 먹였습니다. 술 먹이는 과정 또한 중요한데 술을 너무 적게 먹이면 지황이 단단하고, 색택이 제대로 나지않으며 또 술을 지나치게 많이 먹이게 되면 지황이 퍼져버리므로 그 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면이 소나무로 된 찜솥에서 지황을 찐다음, 50도 이하의 온도에서 표면을 만져 묻어나지 않고 약간 꾸들꾸들할 정도로 말리고, 또다시 술에 버무려 찌는 과정을 되풀이하였습니다.
6증 이후부터는 날씨에 따라 양건과 화건을 병행하여 건조하며, 9증 이후에는 반드시 이틀간 양건을 거칩니다.

비록 예전처럼 전통옹기에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때서 만든 지황은 아니지만 전통 숙지황 제조과정의 문헌을 충실히 따라 정성스레 작업한 지황으로 자신있게 권해드릴수 있는 약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