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 자락에 위치한 경북 구미의 환경연수원에서 <자연과 한방차>에 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강의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한 여성분이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가득찬 눈초리로 강의를 듣고 있었기 때문일진데 아니나 다를까 강의를 마치자 그 분은 한방차 만드는 법에서부터 응용까지 전체강의를 듣고 싶으니 강의 스케줄이 잡히면 꼭 한번 연락해달라는 것이었다.
환경연수원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가꾸며 그와 더불어 행복한 인간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취지로 ‘숲 해설가 과정’, ‘원예와 약초 가꾸기’ 등등 다양한 강좌와 초·중·고 학생들의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여러 종류의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연수원의 강의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얼핏 보면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은 강의 테마인데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강의와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정말 너무나 많고 그분들이 즐겁게 배우고자 하는 점에 놀랐다. 이처럼 현대에서는 일생을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며 누구나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며 인생을 살아가고픈 욕망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생활수준 및 식생활의 변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스턴트식 보다는 슬로우 하게 인생의 행간을 음미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욕망도 있는 것 같다.
이웃나라 일본의 요리에 이용하는 향신료와 차의 종류를 보면 우리보다 훨씬 더 다양한 종류가 만들어지고 판매되고 있다. 이를 닦는 칫솔의 종류도 많고, 손톱을 소제하는 기구의 종류도 우리보다 훨씬 다양해 보인다. 인구가 많은 만큼 의식주 문화에 대한 다양한 소비욕구 역시 우리보다 훨씬 깊고 섬세하게 발달해 있는 듯하다.
이러한 건강과 문화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서도 체험과 교육을 위주로 많은 모델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예를 들면, 전북의 임실치즈마을에서는 치즈스쿨과 체험장을 운영하여 대호평을 받고 있고 포천의 허브아일랜드에서는 직접 생산한 식재료로 허브차, 와인, 딸기고추장, 간장, 청국장 등을 만들고 체험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등 서양허브와 관련된 많은 농원들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방차와 관련된 분야에서도 현재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이나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및 보건소 등에서 한방차와 관련된 강좌가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 천연 한방비누, 천연 한방화장품 만들기의 동호회가 활성화 되어 있는 것처럼, 앞서 강의에 참여한 여성분의 호기심과 열정을 본다면, 한방차 역시 앞으로 조금씩 동호회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순간에서부터 우리 한의학이 소비자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자연에서 출발한 우리 한의학이 내추럴과 케미컬의 비교에서조차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한의사의 책임이 크다.
한의학 선호도를 높이는 일은 구호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만족감을 주고 그 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된다고 본다.
한방차의 체험과 교육이란 부분에서 우리 한의사들이 이러한 문화를 창조하고 주도하는 역할에 참여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한의사들과 한방차를 만들고 즐기는 모임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허담 / 한의사·(주)옴니허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