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담이 쓰는 한방차 이야기(33)
한방차와 티테라피
“국내에도 티테라피 한의원이 등장했다.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고 한다. 티테라피 문화코드를 한의계가 주도하는 분수령이 되기 바란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출산한 뒤에도 매력적인 몸매를 유지하는 것은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 아로마테라피, 그리고 요가 때문이라고 호사가들은 말한다. 전속 식이요법사 다시 말하면 푸드테라피스트를 둘 정도로 스타들은 엄격한 자기 관리를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스타들을 따라하는 각종의 테라피가 유행하곤 한다.
어찌 보면 동양에서 기원한 여러 가지 요법이 서양의 상류층에 받아들여져 그들의 문화로 체계화돼 다시 동양으로 역수출되는, 그것도 아주 고상한 문화로 자리매김해 동양에서 유행하는 것을 볼 때 동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깝다. 마치 자기 것을 잘 지키지 못해 남에게 내준 것처럼…. 사실은 가치를 알아준 그네들이 고마운데도 말이다.
서양의 허브 역시 아로마요법과 더불어 티테라피로서 문화코드를 가지고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 현재는 라벤다, 로즈마리, 캐모마일, 레몬 빔 등 많은 서양허브가 우리나라 들녘에서 키워지고 있고, 여러 문화센터가 서양허브를 알리는 강의를 통해 저변을 넓혀가고 있으며,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많은 제품이 디자인돼 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양허브에 대한 관심은 마치 상식을 넘어 교양의 척도가 된 느낌이다.
그렇다면 동양의 허브인 한약재는 동양의 티테라피로 체계화돼 서양으로 전파될 수 없을까. 필자는 우리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한의학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진다면, 우리 것 역시 서양의 허브티 못잖게 문화코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한약재는 수천 년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생명이란 불가사의를 조절할 수 있는 힘(재현성과 보편성을 지닌)이 있다고 입증됐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체계적인 한의학적 원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茶라는 아이템으로도 충분히 테라피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옛날과 다르게 한방 관련 시장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한의원을 이용하는 추세, 한의학을 접하는 경로, 한방에 대한 관념이 많이 변하고 있으며, 한약이란 이미지 보다 천연물이나 ‘내추럴 허브’ 라는 표현이 소비자에 더 다가서고 있음을 느낀다.
웰빙, 로하스, 친환경이란 단어가 일반에게 친숙해지고 합성의 향신료나 트랜스지방, 방부제 보존제 등 화학적 식품첨가제의 유해성이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앞으로 내추럴의 시장성은 무한하다고들 전망하고 있지만, 한방에 대한 포지션은 아직 어정쩡한 느낌이다. 한방이 내추럴의 전형이지만 소비자는 한방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 딱딱하고 고지식하게 보이는 한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비자에게 요즘의 트랜드를 가지고 친숙하게 다가갈까. 내추럴한 한방이 예전 같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우리는 어떤 소통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가? 마치 아로마테라피처럼 한방차 티테라피가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면 내추럴한 한방으로 쉽게 다다갈 수 있지 않을까. 한방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 한의원을 찾는 저변도 훨씬 넓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국내에도 요즘 트랜드를 반영한 티테라피 한의원이 등장했고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보다 일본의 여성들이 더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아무튼 티테라피 한의원이 뿌리를 내리고, 한의계가 티테라피 문화코드를 주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