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의 차가버섯
“차가버섯은 라오스의 사인처럼 몽골의 특산 약재다. 많은 사람이 항염증이나 항궤양을 위해차가버섯을 약차로 음용하고 있다”
울란바토르가 여름철 관광지로 각광 받으면서 항공권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일전에 신청해둔 몽골 농림부의 공무원과 갑자기 약속이 잡혀 항공권을 구하려니 이미 매진이란다. 지인을 통해 가까스로 비즈니스 좌석 하나를 구해 울란바토르의 징기스칸공항에 내릴 수 있었다.
몽골의 인구 250만 중 절반 정도가 울란바토르에 사는데, 도시는 한마디로 과거와 첨단, 현대와 복고가 한데 어우러진 묘한 무질서가 일상에 섞여있는 느낌이다. 소련 시절에 지어진 러시아풍의 단조로운 건물들과 현대적 공법으로 지어진 깔끔한 빌딩이 마주하고 있는 도로 사이로, 전선에 줄을 단 전차가 오가고, 최고급 승용차와 현대차의 초기 모델인 엑셀 등 낡은 소형차들이 섞여 한낮의 러시아워를 만들고 있었다.
인민정부 청사가 있는 수하바토르 광장엔 미니스커트로 한껏 멋을 부린 아가씨들과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통 몽고식 복장과 가죽장화에 모자를 두른 영감님들이 보인다. 마침 가는 날에 울란바토르는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초고온으로 모두들 이상기후를 걱정했다.
러시아 문자로 모든 표지판이나 간판이 표기돼 있고, 몽고말은 모르니 영어권이나 중화권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냥 보디랭귀지로 통할 수밖에 없다. 최근엔 경기 악화와 한파로 가축을 잃은 시골사람들의 도시 유입으로 치안상태가 나빠져 밤에 혼자 다니지 말라는 주의를 듣곤 했다. 택시는 콜을 해야 구할 수 있고, 도로에서 손을 들고 있으면 무허가 자가용들이 아무렇지 않게 호객을 한다. 이런 낙후된 모습이 있기에 몽골에서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방문 목적도 몽골의 광활한 땅에 국내 부존자원인 한약재를 재배해볼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 몽골에 자생하는 약초 수는 1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마황, 육종용, 작약, 감초 등이나 요즘 비타민 나무로 뜨고 있는 사극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초서에 기재되지 않은 종이 많다.
하지만 채취하는 사람이 적어 경제적 가치는 적은 듯하다. 만일 광활한 땅에서 사람이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계영농을 할 수 있는 약초 작목이 있다면 승산이 있어 보인다. 대량생산, 대량채취, 시설장치에 의한 건조 등의 시스템을 도입하면 몽골에서 약초영농에 블루오션이 보인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20000ha(6000만평) 상당의 농장을 둘러보고 오니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해진다.
일정 내내 몽골에서 채취한 차가버섯을 차게 우려서 음용해 보았다. 차가버섯은 라오스의 사인처럼 민간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그들의 특산 약재다. 많은 사람이 궤양 등 만성적인 염증질환의 치료를 위해 차가버섯을 약처럼 음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가버섯은 열에 약해 가급적이면 찬물(온도 50도 이하)에서 장시간(8시간 이상) 우려내고 다시 한번 재탕으로 우린 다음 두 용액을 섞어서 나누어 마신다. 러시아의 연구에 의하면 암증 질환에도 일정한 효능이 있다니, 항염증이나 항궤양의 효능은 당연히 있으리라 여겨진다. 앞으로 상시 건강을 위한 한방차 소재로 한의계의 많은 연구를 바란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