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나무 잎, 민들레 전초 등 쓴맛 나는 약재를 차로 음용하면
만성적 염증을 치유하며 년중 삽싸름한 맛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현대를 살아가면서 체내에 완벽하게 염증이 하나도 없이 살아갈 수가 있을까? 풍치라고 불리는 치주염, 항상 목이 잠긴 듯한 만성 후두염, 콧물 재체기를 만드는 비염, 신경성으로 속이 쓰리는 신경성 위염 또는 역류성 식도염, 통증을 일으키는 인대주위염, 관절염, 심하면 간염, 만성장염, 남자들의 전립선염 등 각종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우리 주위에 너무도 흔하다.

민들레(포공영)

이런 염증성 질환에서 나오는 분비물들이 인체의 대사산물과 결합되면서 혈관을 손상시키는 혈관질환을 만들고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사실 만성적인 염증은 항생제로도 치유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항생제로 잘 치유되지 않는 만성적인 염증질환에 한의학의 장점이 있을 듯하다.

한방에서 청열해독하는 본초의 기미는 쓴맛이다. 만성적인 염증을 관리하기 위해 쓴맛의 한약재를 잘 이용하는 것, 즉 쓴맛의 강약과, 대소, 경중을 살피고, 쓴맛 뒤에 따라오는 삽싸름한 맛 또는 단맛 등의 뒷맛을 살펴 염증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차제 또는 탕제를 구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애기똥풀(백굴채)

어제 한의사 동료들과 함께 약초산행을 다녀왔다. 밝은 햇살이 가득한 5월의 들판은 축복이다. 신록은 푸르고, 산과 계곡을 타고 흐르는 공기는 신선하며, 물은 깨끗하고 맑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주위를 음미하고 있노라면, 살아있음이 축복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조팝나무가 하얗게 핀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지천에 핀 애기똥풀이 보인다. 노랑 민들레뿐 아니라, 하얀 민들레가 햇살 그득한 들판에 널려있다. 얼레지와 노루발풀도 돌길 옆 한켠에 수줍은 듯 피었고, 산등성이 습지엔 족도리풀 세신이 땅에 붙은 듯 보인다. 이 시기의 개망초는 나물로도 제 격인데, 개망초를 채취하는 이 원장님은 이 맛을 아시는가 보다.

해동피

햇살을 받은 들판은 온통 천연색이다. 자연 속에 있음, 자연으로부터 받은 몸, 인간이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은 자연 속에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앞서가면서 던지는 김 원장의 말이 실감이 된다.

점심은 동네터 농원에서 비빔밥을 먹으며 제철에 채취한 산나물을 맛보는데, 쓰면서 삽싸름한 맛이 정말 일품이다. 봄철의 나물을 음미하며 엄나무 잎이나, 민들레의 전초 등 쓴맛이 나는 재료를 건조하고, 로스팅해 차로 음용할 수 있도록 만들면, 일년 내내 쓴맛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의사의 밝은 눈으로 생활 속에서 쓴맛을 찾아내고, 쓴맛을 가까이 하고, 쓴맛을 즐길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내 만성적인 현대의 염증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내기를 기대해 본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