鎖陽
쇄양이란 약명을 곰곰히 생각해 보라.
대충 陽이 누설되는 것을 잠근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물쇠는 아주아주 귀중한 것을 보관할 때 주로 쓴다. 특히 옛날 자물쇠는 요즘 것보다 훨씬 듬직하고 믿음직했으리라. 듬직한 자물쇠로 우리 몸의 아주아주 귀중한 양기를 지키고 있는 약재라고 생각해 보라.
陽起石, 破古紙, 巴戟天, 淫羊藿 등의 약명이 주는 느낌과는 다르다. 이 약명들은 비록 정력제이지만 최음제나 흥분제의 느낌이 든다. 우리 몸을 흥분시켜 최대한의 기능을 발휘케 하겠지만 결국은 과다사용으로 우리 몸을 손상케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약명들이다.
쇄양이라 자물쇠로 양기를 지켜준다. 色을 즐기는 남자에게라면 이보다 멋진 약재가 어디 있겠는가.
沙灣의 사막에서 육종용을 만난 뒤 우리는 다시 石詞子市로 돌아왔다.
중국의 변방이지만 위구르족의 풍습과 한족의 풍습이 적절히 조화된 약간은 이국적인 도시였다.
그러나 조용하고 깨끗했다. 하루를 쉬는 동안 진선생은 쇄양을 캐는 현지인을 수소문해 찾아왔다. 石詞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면서…
다시 물어본다. 몇 시간 걸려요. 6시간쯤 걸린다. 제기랄, 중국인들의 거리개념이라니….
자 다시 사막으로 출발이다
지금은 건기라서인지 마치 비 온 뒤의 하늘과 같이 아주 맑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걸려 있다.
6시간도 훨씬 넘어서 현지인 사내가 쇄양이 난다고 하는 곳까지 왔다. 땅은 회백색을 띠고 있고 건조해서인지 갈라진 틈이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건조한 땅에도 풀은 자라고 있고 그 풀을 뜯어먹는 양들이 군데군데 떼를 지어 있었다.
이렇게 척박하고 황막한 땅에도 생명들이 있구나. 현지인 사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쇄양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쇄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우리는 그 사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그 사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진 선생이 답답한 듯 멀리 양치는 사람에게 찾아가 혹시 이 근처에 쇄양이 있는지 물어 본다.
양치는 사람은 주위를 몇 번 두리번거리더니 금방 찾아낸다.
“그렇지, 많이 삐대는 사람이 장땡이라니까”
쇄양 역시 白刺屬 식물의 가는 뿌리에 기생하는 식물이고 보통 땅속 50cm에서 1m 사이에서 자라 올라오는 다년생 식물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쇄양은 그 주변의 땅 색과는 전혀 다른 정열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빨간 보랏빛이라고나 할까. 멀리서 보면 회백색의 땅위에 빨간 점이 찍힌 듯 불끈 올라와 있었다.
쇄양 한 뿌리를 캐다보면 그 주변에 아직 땅위로 솟아오르지 않은 2∼3개의 어린 쇄양을 건질 수가 있다.
한 곳에 여러 개의 씨가 떨어지다 보니 자연히 군락처럼 올라오는 모양이다.
조심스레 쇄양을 캐보면서 우린 쇄양의 형태가 너무나 페니스와 닮아 있음에 다시 한번 놀랐다. 송이버섯보다도 훨씬 더.
캐낸 쇄양을 일자로 잘라 단면을 보았다. 물을 응축하고 또 응축하면 이런 모습일까. 단면은 진액이 서려 있는 듯하다. 송이버섯은 소나무응달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 갈라지고 터지는 건조하고 마른 형태를 띠지만, 쇄양은 건조하고 척박한 양지에서 자라 마치 많은 양의 수분이 응축된 젤리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이것을 보면 송이와 쇄양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약성은 판이하게 다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윤형이가 쇄양의 단면을 한참 들여다 보더니만 “一陽이 六水에 갇혀 있는 모습”이라 한다. 그래서 쇄양인가?
아! 천산의 천지여
우루무치로 돌아와 우루무치시에 병풍처럼 걸려 있는 天山의 天池를 찾았다. 산밑은 3-40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날씨이고 산꼭대기는 만년설이 덮인 설산이다. 천지는 산의 중간쯤에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호수이다. 이곳은 이 세상의 자궁과 같은 곳이 아닐까. 나의 전생, 아니 전생의 전생, 아니 그 훨씬 이전에 여기에서 태어났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천지에서 우린 양 한 마리를 잡아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伊美特曲으로 술잔을 채웠다. 아! 꿈결같은 인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