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관한 유익한 정보

아침에 세수하고 난 후 피부가 당겨 거울을 보니, 입주변이 부옇다.
눈은 약간 부었는지 튀어 나오는 듯하고, 눈 꼬리의 각도 맞지 않아 비뚠 느낌이 든다.
뭔가 얼굴이 없어 보이는 듯 초췌한 느낌이다.
당기고 윤기 없는 얼굴을 감추려고 서둘러 크림을 발라보지만 조금씩 발라서는 당겨지는 느낌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조금 많이 바르면 번들거리는 느낌이 생겨 감촉이 좋지 않다.
겨울철이 되면 피부에 윤기가 떨어지므로 아마 누구나 거울을 보며 한번쯤은 경험 해 보았을 소동일 것이다. 평상시에 피부 건조함이 심한 사람이라면 계절의 변화를 더욱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인체가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수분이 땀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하고 소변으로 배출하려 하기에, 수분의 이동경로가 달라지므로 인해 피부가 건조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일 것이다.
대개 건조함을 느끼는 체질은 상대적으로 혈액도 부족하기 때문에 혈액순환 역시 활발하지 못하여 수족냉증도 함께 오게 된다. 이와 같이 겨울철이 되면 건조함과 냉기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 겨울철의 차는 맛있다
인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수분부족을 따뜻한 찻물로 보충하기에 차는 더욱 운치 있는 한잔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는 것은 한번 더 생각해 볼일이다. 아메리칸 식으로 큰 머그컵에 커피를 담아 커피 향을 즐긴다지만, 건조해진 인체는 그닥 즐거워하지 않을 듯하다.
커피는 이뇨작용이 강하여 그나마 체내에 있는 수분조차 소변으로 배출하려 하기 때문에 더욱 더 건조함을 부채질하게 된다.
생각해보라! 커피콩의 원두를 강배전하여 바짝 로스팅하게 되면 원두의 지방마저 바싹 태워지게 되는데, 이런 바싹거리는 원두를 그라인드로 갈아 추출하는 것이 커피가 아니더냐. 아메리카노는 특히 강배전하여 많은 양의 검은색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특징인데, 기름진 육류를 배불리 먹고 난 후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약차가 되지만, 겨울철 건조함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심결에 마시는 커피 한잔은 건조함을 가중시켜 피부를 더욱 까칠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 겨울철에는 한방차가 제격이다
큰 머그컵에 망에 담겨진 한방차를 띄워 놓으면 서서히 찻물이 우러나온다.
손이 차다면 양손으로 따뜻해진 컵을 감싸며 조금씩 마셔본다.
머그컵으로 한잔 씩 조금조금 마신다. 친구랑 이야기 하다보면 금세 한잔의 차가 비워진다. 떨어지면 다시 물을 충전하여 마신다.
첫잔을 우릴 때보다 한 번 더 물을 붓고 난 두 번째, 세 번째가 더 맛있다고 느낀다. 섬유질의 한약재는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유효성분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당귀도, 구기자도, 산수유도, 생강도, 대추도…. 겨울철의 건조함을 달래는 좋은 한방차의 소재가 된다.

 허담 / 한의사·(주)옴니허브 대표

금오산 자락에 위치한 경북 구미의 환경연수원에서 <자연과 한방차>에 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강의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한 여성분이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가득찬 눈초리로 강의를 듣고 있었기 때문일진데 아니나 다를까 강의를 마치자 그 분은 한방차 만드는 법에서부터 응용까지 전체강의를 듣고 싶으니 강의 스케줄이 잡히면 꼭 한번 연락해달라는 것이었다.

영천한약축제와 지역문화센터(작은 사진)에서 한방차를 주제로 강의하는 허담 원장.

환경연수원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가꾸며 그와 더불어 행복한 인간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취지로 ‘숲 해설가 과정’, ‘원예와 약초 가꾸기’ 등등 다양한 강좌와 초·중·고 학생들의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여러 종류의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연수원의 강의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얼핏 보면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은 강의 테마인데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강의와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정말 너무나 많고 그분들이 즐겁게 배우고자 하는 점에 놀랐다. 이처럼 현대에서는 일생을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며 누구나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며 인생을 살아가고픈 욕망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생활수준 및 식생활의 변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스턴트식 보다는 슬로우 하게 인생의 행간을 음미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욕망도 있는 것 같다.

이웃나라 일본의 요리에 이용하는 향신료와 차의 종류를 보면 우리보다 훨씬 더 다양한 종류가 만들어지고 판매되고 있다. 이를 닦는 칫솔의 종류도 많고, 손톱을 소제하는 기구의 종류도 우리보다 훨씬 다양해 보인다. 인구가 많은 만큼 의식주 문화에 대한 다양한 소비욕구 역시 우리보다 훨씬 깊고 섬세하게 발달해 있는 듯하다.

이러한 건강과 문화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서도 체험과 교육을 위주로 많은 모델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예를 들면, 전북의 임실치즈마을에서는 치즈스쿨과 체험장을 운영하여 대호평을 받고 있고 포천의 허브아일랜드에서는 직접 생산한 식재료로 허브차, 와인, 딸기고추장, 간장, 청국장 등을 만들고 체험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등 서양허브와 관련된 많은 농원들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방차와 관련된 분야에서도 현재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이나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및 보건소 등에서 한방차와 관련된 강좌가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 천연 한방비누, 천연 한방화장품 만들기의 동호회가 활성화 되어 있는 것처럼, 앞서 강의에 참여한 여성분의 호기심과 열정을 본다면, 한방차 역시 앞으로  조금씩 동호회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순간에서부터 우리 한의학이 소비자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자연에서 출발한 우리 한의학이 내추럴과 케미컬의 비교에서조차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한의사의 책임이 크다.

한의학 선호도를 높이는 일은 구호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만족감을 주고 그 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된다고 본다.

한방차의 체험과 교육이란 부분에서 우리 한의사들이 이러한 문화를 창조하고 주도하는 역할에 참여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한의사들과 한방차를 만들고 즐기는 모임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허담 / 한의사·(주)옴니허브 대표

한방차와 함께하는 계피의 온향(溫香)
한의사 허담이 쓰는 한방차 이야기(43)

여러가지 한방차를 만들 때 계피는 좋은 소재가 된다. 수정과니 쌍화차니 해서 우리에게 익숙해진 맛은 계피의 향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함께 가지게 한다. 그래서 차를 만들기에 편하다.

한방차와 함께하는 계피의 온향(溫香) 이층에 홀로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도시의 가로수가 반쯤 옷을 벗었다. 차가 지나가며 불어내는 바람에 그 마저 앙상한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여름의 무더위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와 도시의 가을은 깊어만 가는가 보다.

오십을 넘은 나이에 눈처럼 휘날리며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는 것은 마치 자신의 앞날을 예고하는 것 같아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기 마련이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들으며 나처럼 늙어가는 주막집의 아낙이 따라주는 막걸리 한잔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 마저 몸 생각하여 마셔야 하는 요즘이 아니던가.

상하의 나라 베트남으로 육계를 찾아 떠난 적이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더운 열기가 밀려와 두꺼운 외투를 벗고,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로 갈아입고는 시내로 들어갔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들과 오토바이에 쌍쌍이 앉아 긴 머리를 휘날리는 아오자이를 입은 젊은 청춘들의 물결들이 기억난다. 육계를 찾아 떠난 시골에서도 낯선 이방인들에 대한 햇빛을 가리는 뾰족 모자를 쓴 베트남 사람들의 친절이 생각난다. 작고 소박한 집 한켠 부엌에서 옥수수를 구워 건네던 베트남 할머니의 자상한 손도 기억이 난다.

이처럼 계피를 생각하면 멀리 남쪽나라의 따뜻함과 소란스러움, 수다스러움이 연상이 된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시작되면 그 나마 주위를 감싸던 많은 것들이 떠나고 홀로 남아 있음을 느낀다. 이때는 지나간 계절의 따뜻하고, 소란스럽고 무성하여, 오히려 시끌벅적해 불편했던 그것까지도 함께 그리워지는 것이 아닌가. 굳이 가을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계피의 향은 우리에게 친근하다. 계피를 갈아서 향미를 음미하노라면, 따뜻하고 살짝 매운 향이 코를 스치다 깔끔한 단맛이 뒤를 받쳐주는 것을 느낀다. 감초의 질펀한 단맛과는 분명 차별화 된다. 역시 추위와 냉기에 시달린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즐겨 찾을만한 향미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고독과 우수는 사람을 깊어지게도 한다지만 냉기에는 따뜻한 것이 약이 된다. 더구나 지금처럼 찬바람이 불어오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것도 창가에 홀로 앉아 스산함을 달래줄 무엇이 필요하다면, 계피의 溫香이 제격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시나몬의 온향은 세계인들이 즐기는 향미다.

사실은 스리랑카에서 생산되는 얇은 두께의 향신료인 시나몬이 차의 재료로 주로 쓰인다. 계피보다 더 부드럽고, 따뜻하고, 예쁜 방향의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커피의 카푸치노에 시나몬 가루를 살짝 토핑 해 먼저 코로 시나몬의 따뜻한 향을 느끼고, 입술로 우유의 부드러움을 훔친 다음, 커피의 쓰고 묵직한 바디감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설탕에서 만들어진 단맛을 즐기는 것이다.

여러가지 한방차를 만들 때 계피는 좋은 소재가 된다. 수정과니 쌍화차니 해서 우리에게 익숙해진 맛은 계피의 향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함께 가지게 한다. 그래서 차를 만들기에 편하다. 인삼과 어울리기도 쉽고 당귀와 때론 생강과, 아니면 귤피와 대추 등으로 한방차의 주재료들과 쉽게 조합이 되는 것이다. 특히 추위를 잘 타는 여성이라면 계피차가 제격이다.

녹차의 속을 깎아내리는 듯한 부담과 속에 가스가 가득 차는 불편함도 주지 않는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계피의 따뜻한 온향을 건네 볼까나….

허담 한의사·(주)옴니허브 대표

차제는 경청함을 만들고, 가벼운 터치로 몸을 움직이지만, 탕제는 웅장한 힘으로 병마를 탕척해 버리기도 하고, 몸에 부족한 기운을 만들어 북돋아 주기도 한다”

한방차를 만들다보니 상미감각(嘗味感覺)이 늘어 났달까(?)

이리저리 조합해 만든 차 한 모금을 입안에 물은 다음, 혀끝으로 요리조리 굴리면서 맛을 음미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먼저 코로 향을 맡아 본 다음 뇌로 이 향을 분석하기 위해(?) 잠깐 눈을 감고 되새겨 보는 버릇도 생겼다.

필자 역시 향미에 대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몸인지라 딱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변수에 따라 조금씩 다른 미세한 맛의 차이가 있음을 감지할 수는 있는 듯하다.

최근에 약탕기에 조예가 깊은 권원장의 권유를 받고 사물탕을 원방대로(당귀, 천궁, 작약, 숙지황 각 5g) 1제 20첩을 물 9000cc를 넣고 스테인리스 찜 솥에서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으로 달여서 맛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동안 사물탕을 본방대로 처방해 본적도 별로 없었지만, 대부분 약탕기에서 의례적으로 약을 달여 왔던 터라 팩으로 포장된 약들을 일일이 맛을 보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스테인리스 찜 솥에서 끓고 있는 약들을 바라보면서 거기에서 올라오는 맛있는(?) 한약의 향을 맡아보니 그 동안 내가 뭔가 소흘한 점이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생동감이랄까. 본초를 찾아다니며 본초의 현장에서 살아있음을 느꼈던 그 생생한 느낌들이 약을 달이고 있는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물탕 한 제 분량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 양이지만 그것이 물과 결합해 끓으면서 내는 향과 맛은 대단함 그 자체였다.

약탕기의 편리성에 취해서 그 동안 생생하고 역동적인 한약의 힘(향과 맛 즉 四氣 와 五味)을 재량해보는 과정에 대해서 등한시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밀려온다.

자연에서의 살아있는 약초의 힘도 중요하지만, 원내에서 약을 달이는 과정에서도 약초의 힘을 그대로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점검해 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약을 달이는 과정에서도 스테인리스 솥이니, 옹기솥이니, 압력식이니, 무압력식이니 약탕기니 등등의 우열과 장단점을 비교하는 것을 떠나, 한의사의 한약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차제를 만들어 가면서 한약재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에 눈을 떴지만, 탕제가 가지고 있는 웅장한 힘을 차제가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차제는 경청함을 만들고, 가벼운 터치로 몸을 움직이지만, 탕제는 웅장한 힘으로 병마를 탕척해 버리기도 하고, 몸에 부족한 기운을 만들어 북돋아 주기도 한다.

적절한 제형을 선택해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음양의 조화를 맞추어 나가는 것은 한의사의 역할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디테일의 힘이 필요하다. 약재의 선택, 약 달이는 용기와 약탕기의 선택, 약 달이는 화력의 조절, 물의 선택과 양 조절, 약 달이는 시간과 온도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재량하여, 애정을 가지고 환자를 보살펴 나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 먼저 디테일한 약맛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을 살려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은탕왕을 도와 은나라를 연 재상 이윤은 요리사로서 한의약의 鼻祖가 되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윤의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우리 한의원의 약맛을 보는 것은 어떨까?

허담 / 한의사․(주)옴니허브 대표

“머릿속 풍열을 가을산 바람이 그러하듯이 상큼하게 날려주자. 머리를 맑게 해주는 한약재는 많다”

가을산은 머리를 맑게 해준다. 머릿속 풍열을 다스리는 한약재는 많다.

가을산을 다녀왔다. 시냇물을 징검다리로 건너고, 산으로 이어지는 흙길을 따라 걸어 올라간다.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계곡으로 내려오는 맑은 물소리를 들어본다. 깨끗한 공기를 담은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스치며 땀을 식혀준다. 아! 이 맑고 깨끗함이여! 시원하고 상쾌함이여!

맑고 청량한 공기 속에서 사물들은 또렷하게 드러난다. 무성하게 장식했던 여름을 보내고, 이제는 내면으로 눈을 돌리니 사물들이 맑아진다. 어지러운 난마처럼 얽혀있던 칡덩굴도 이젠 서리를 맞아 내려앉아, 본래의 목적인 뿌리로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계절을 맞으니 초목들도 선, 후, 좌, 우를 알맞게 정리하고 있는 느낌이다. 나 역시 가을산을 다녀오니 복잡하게 얽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일들도 정리가 되는 듯하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공기 순환이 나빠지고 난방기로 인한 가스 등으로 공기가 탁해지면서 머리가 띵해진다. 뭔가 집중해서 풀어야 할 숙제가 있어 뇌의 활동을 높인다면, 컴퓨터의 하드웨어에 열이 나듯 머리에도 열이 난다. 그것도 잘 풀리지 않는 딜레마성의 숙제라면, 머리는 더 복잡해지고 마침내는 열이 나다 못해 쥐가 내리는 듯하기도 하다.

복잡한 현대사회, 빠르게 바뀌는 시스템, 이것을 따라 잡으면서 살아야 하는, 이것을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라고 하는가. 현대인들의 머리는 항상 스트레스 속에서 답답하고 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頭無冷痛이라, 머리는 가을산처럼 항상 시원하고 맑아야 한다.

가을산에서 불어오는 한줄기의 시원한 바람처럼 생활 속에서 맛볼 수 있는 방법이 차제에 있다. 머릿속에 가득 찬 풍열을 경청한 바람처럼, 상큼한 방향으로 날리는 것으로 차제가 갖고 있는 제형상의 장점이 있는 것이다. 탕제처럼 오래 끓이지 않고, 살짝 담궈 경청하고 가벼운 향기만 담아 마시는 것이 바로 차제이기 때문이다. 탕제에서도 後下함으로써 처방의 묘미를 살리려 하지만 그 경청한 기운을 살리려는 의미에서는 차제를 따라가지 못한다.

형개, 방풍, 박하, 우방자, 국화, 다엽, 소엽, 천궁, 백지, 석창포…. 가을산에서 맛본 청량한 공기처럼 우리 한의학에는 머리를 맑게 하는 많은 한약재가 있다. 스트레스 속에서 스트레스와 더불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머리를 시원하게 해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우리 한의학이 현대인에게 보다 더 어필할 수 있는 학문이 되지 않을까. 한방 선호도를 높여야만 하는 요즘 많은 한의사와 함께 한 번 방안을 찾아보고 싶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허담이 쓰는 한방차 이야기(40)

당뇨병에 좋은 한방차

할머니는 같은 레시피만 반복 주문했다. 혈당 수치가 떨어지는 듯싶단다. 검토해 보니 예전에 만든 비만 지방간 관련 레시피였다

당뇨 한방차.

한의원 대기실에서 각종 한방차를 만들어 시음시키다 보니 환자들은 으레 내원하면 차 한잔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방차를 드립으로 추출해 예쁜 잔에 담아내는 과정 역시 그 분들에겐 재미난 모양이다. 차를 마시며 나누는 정담의 소재에 아픈 질병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한방차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가끔 환자들이 원하면 그 분들이 맛있다고 하는 레시피대로 차를 만들어 한달분 정도 판매하기도 한다. 오직 그분에게만 드리는 ‘맞춤형 한방차’인 셈이다. 필자의 한의원은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병 등을 컨셉으로 병원을 운영하기에 자연스레 그와 관련된 환자층이 많은 편이다.

당뇨병은 요즘 너무나 흔해져 나이가 들면 당뇨병이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젊은 층에서도 당뇨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가족 중에 당뇨병을 앓아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다면 당뇨병을 방치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당뇨병이 너무나 흔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내는 사람도 많은 실정이다.

당뇨병이 오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몸이 무거워 하기 싫지만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하고, 달고 기름진 맛있는 음식들을 절제해야 한다. 즐거운 술자리도 삼가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의욕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던 일의 량도 줄여야 한다. 아픔을 참고 정기적으로 바늘로 피를 빼 혈당도 체크해야 한다.

하엽.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싫어 호기롭게 살아보려 하지만, 당뇨병은 어김없이 보복을 가하기 마련이다. 고혈압 심장병이 따라오고, 이가 흔들리면서 욱신거리다 풍치로 이를 빼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가 하면, 소변이 질질 거리다가 마침내 신장병을 만들기도 한다. 그뿐인가 만성적인 피로가 중첩이 되다가 간기능이 망가지기도 하고 마침내 실명에까지 이르고 만다. 이외에도 당뇨병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 얼마나 많은가.

사실 당뇨병에 좋은 한방차를 개발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구체적인 하나의 질환을 타켓으로 삼아 차를 개발하기엔 아직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 중에서 유독 같은 레시피를 반복해 주문하시는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은 다른 분을 소개해 그 레시피대로 차만 구입해 가는 경우도 있어 직원이 “왜 그 차를 그렇게 좋아하시냐”고 물어 보았더니 <이 차를 마시면 혈당 수치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라는 것이다.

뽕나무.

그래서 그 차를 면밀히 검토해 보았더니 예전에 비만 지방간 등과 관련해 만들어 놓은 레시피였다. 당연히 당뇨병에도 유의성이 있을 듯싶어 그 이후엔 당뇨병 환자가 내원하면 일단 차를 권해 보았다. 실제로 좋은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차제란 것이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함께 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줄 수 있는 제형이 아닌가. 그렇게 본다면 당뇨병에 좋은 한방차 역시 그 쓰임새가 있을 것 같다.

우연히 만들어진 당뇨병에 좋은 한방차의 레시피를 소개하면(우리가 흔히 접하는 한방차의 재료라 특별나지 않지만) 다음과 같다. 뽕잎, 하엽, 발효당귀, 귤피를 주원료로 해서 만들었으니 관심 있는 이들은 각자 기호대로 맛을 창출해 보기 바란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한의사 허담의 한방차 이야기 서른아홉번째

찬바람이 휘~ 하고 지나갈 때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날씨가 매서워지는 것을 보니 수능철이 다가온 모양이다. 수능 시험일인 D-데이까지 2~3주밖에 안 남았으니 수험생들도 막바지 피치를 올리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딸 역시 재수를 하고 있는 터라 수험생의 바쁜 일과와 고충을 함께 몸으로 느끼고 있다. 아침에 일찍 태워주고 밤늦게 픽업해 오는 일이 안사람과 번갈아 가며 해내야 하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모두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아빠로선 딸과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이 즐겁다.

요즘은 세대 간의 문화 차이가 너무나 커서 짧은 시간의 대화라도 없으면 사실 공감의 범위가 적어 서로를 잘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도 재수생활을 겪었지만 요즘의 학생들이 소화해야 하는 정보의 량은 우리 때와는 비교가 안되는 것 같다. 그만큼 공부의 절대량도 많아진 것이 아닐까.

공부의 량도 문제이지만 중압감이 더 문제다. 스트레스… 또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여유시간이 없으니 마음껏 풀 수는 없다. 한의원에서도 수험생 체력을 도와주고, 머리를 맑게 하는 처방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고객의 니즈가 있고, 그 수요를 한의원에서 담당할 수 있는 것으로 모두가 인식하기 때문이다.
<긴장 이완을 위해 약간의 단맛이 배오 되어야 한다. 단맛은 지친 몸을 풀어주고 정신을 안정시킨다>

구기자

사실 요즘 자식이 한둘이다 보니 부모 모두 자식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지독시리(?) 많아져 버렸다. 조기교육이나 학원 수강 등을 통해 학습의 량은 많아져 이젠 머리싸움이 아니라 체력싸움으로 바뀐 양상이다. 그래서 수험생을 위한 공진단의 수요도 생긴다. 수험생의 공진단시장은 엄청 큰 것 같다. 탕약의 불편함을 간단하게 해결하면서 그만큼의 기대효과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어떻든 요즘은 한 반에 한 아이가 보약을 먹으면 마치 시샘이라도 하듯 부모에게 이야기해 나도 보약을 먹는 식이다.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자식과 부모가 한마음이 돼 달리고 있는 듯하다.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면서 차 한잔으로 뭔가 그네들의 힘이 되어주기 위해선 무엇을 하여야 할까?

대추

한잔의 차로 수험생 체력을 운운하기엔 힘들 것이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컨셉과 리렉스 즉 긴장을 이완해주는 주는 컨셉은 어떨까. 둘 중에서도 리렉스라는 컨셉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지친 모습으로 차에 오르는 딸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공부해라, 공부해라’ 라는 가속페달을 밟기 보단 ‘차 한잔 마시며, 쉬어가며 해라’는 말을 던지고 싶다.

리렉스를 하기 위해선 약간의 단맛이 배오되어야 한다. ‘甘味는 緩也라’. 단맛은 지친 몸의 긴장을 풀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다. 단 초근목피로 구성된 한방차가 단맛이 부족한 관계로 해서 꿀이나 설탕 등의 감미료를 약간 첨가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방차 소재로서 대추, 구기자, 지황, 홍삼 등이나,  귤피, 연엽, 뽕잎, 창포, 원지 등을 응용하면 수험생에 좋은 한방차가 나오리라 기대해 본다.

허담/ 한의사. (주) 옴니허브 대표

한방차의 세계화

단순히 녹차의 대용품이 아니다. 한방이론을 담아내야 한다. 한방차의 독창성은 그때 세계와 교감할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방차 시음을 위해 체질표를 작성하고 있다.

날씨가 차지면서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되었다. 따뜻함을 나누는 것으로 차는 정말 좋은 매개체가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먹함이 감도는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면 차 한 잔의 묘용은 정말 지대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 아니라 우리 한의학 역시 외부 세계와 교류가 활발해져야 할 시점이 됐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학문이지만 요즘처럼 소셜 네트워크가 강조되고, 뭔가 융합해야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이 대세이다 보니, 우리 역시 누군가와 물꼬를 터야 하고, 우리의 장점을 나누고 그들의 장점을 접목해야 살아남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방차 시음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외국인이 한국을 처음 방문해 한국을 체험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남산 한옥마을이 있다. 한옥마을은 전통 한옥을 원형대로 보존해 우리의 전통적인 주거문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위치도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의 명동과 가까이 있어 방문객이 아주 많은 편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단아한 한국의 주거문화에 갈채를 보낸다. 화려하지 않지만 눈에 거슬리지 않고 단아해 보이는 우리 고유의 멋이 담겨 있어서다.

거기에 덧붙여 한방의료관광협회는 관광공사와 한의사협회의 후원으로 내한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방을 소개하는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단순하게 한옥을 둘러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 그 중에서도 한방의료에 대한 체험을 통해 한의학을 알리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도우미가 관광객에게 체질표를 나눠주고 있다.

필자 역시 그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방차 시음행사를 벌이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진 탓에 따뜻한 한 잔의 차는 손님들에게 반가운 접대가 된다. 단순하게 한 잔의 차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한방의 맛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먼저 한, 열, 조, 습에 관한 본인들의 설문지를 작성케 했다. 자기 몸의 특성을 간단하게나마 파악해, 거기에 해당하는 차를 정하여 서로 다르게 차를 권했더니 질문도 많이 쏟아진다. 손님과 주인 사이에 말문이 트인 것이다.

관광객은 일본인, 중국인, 미국인, 유럽인의 순서로 많았지만 모두 호기심 어린 눈길로 기꺼이 설문지를 작성하고 차를 받아 마셨다. 난생 처음 마셔 보는 한방차라서 그런지 관심도가 높고, 더구나 뭔가 테스트를 거쳐 주는 차라 그런지 무척 흥미진진해 하는 것 같았다. 병명이 같아도 한의학은 다른 처방을 쓰고, 같은 차라도 내 몸에 적합한 차가 따로 있다 등 차 한 잔을 놓고 주고받는 짧은 시간이지만 외국인들은 속사포처럼 물어보고 또한 답을 한다. 한방차는 낯선 이방인과도 연결시켜 주는 긍정적인 고리가 되는 것이다.

한방차 관련 많은 행사를 진행해 보고, 한방차 관련 강의를 다닌 끝에 이제는 한방차에 대해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한방차는 단순히 녹차의 대용품이 아니라, 한방의 이론을 담아내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한방차의 독창성이 세계화될 수 있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 치고 ‘나는 간이 좋을 거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나친 음주와 스트레스, 과도한 업무 등을 이겨내야 하는 강한 남자(?)들의 간은 사실상 지칠 대로 지쳐있을 수밖에 없다.

갈근.

민들레.

한방에서 간은 오행 가운데 목(木)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탁음(濁陰)을 정화해 청양(淸陽)을 상승시키는 역할이다. 간의 소설작용과 청열해독작용을 통해 인체는 맑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마치 봄날에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활력과 힘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간의 힘이 떨어지면 의욕이 감퇴하고 늘 피로감을 느끼며, 알코올을 해독하는 기능 또한 떨어진다. 따라서 간기능이 쇠약해진 남자는 현대를 살아가는데 뒤쳐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다음과 같은 자각증상이 있다면 한 번쯤 간의 건강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간의 피로를 한방차로 다스리자. 갈근 민들레 결명자 등으로 열감을 빼거나, 무력감 붓기 등은 인진쑥 진피 청피 한방차로 벗어나 보자”

1. 입이 쓰고 음식맛을 잘 못느낀다. 헛배가 부르고 가스가 잘 찬다.
2. 얼굴에 생기가 돌지 않고 초췌하다. 얼굴 피부가 매끈하지 않다.
3. 졸리고 나른하며, 잠을 자도 피로가 잘 풀리지 않는다.
4. 술을 조금만 마셔도 취기가 돌고, 술을 깨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5. 소변이 맑지 않고, 냄새가 나며 색깔이 진하다.
6. 손발에 진땀이 나거나, 자주 건조해진다.
7. 우측 늑골 밑에서 묵직한 감이나 통증이 느껴지고, 오른쪽 어깨가 자주 아프다.
8.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도 신경질이 나고, 욕지기가 튀어 나온다.
9. 입안이 텁텁하고, 설태가 짙어지며, 입냄새가 심해진다.
10. 피부가 가렵거나, 습진이나 부스럼이 잘 낫지 않고 재발한다.
11. 잇몸에서 피가 잘 나고, 때로 치질출혈이 있다.
12. 성욕이 떨어지고, 부부관계를 멀리 한다.

생강.

인진.

간을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말한다. 심하게 손상된 후에야 여러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바로 간에 이상이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해당되는 증상의 갯수가 많다면 한 번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지쳐있는 간의 피로를 풀기 위해 한방차로 접근한다면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인체가 노폐물의 축적과 쌓인 피로 때문에 열감을 느끼는 단계라면 갈근, 민들레, 황금, 결명자, 미나리 등으로 차를 구성해 보자. 갈근은 침출차로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 뽕잎으로 그 효능을 대신해 봄직도 하다.

또 한 가지는 만성적인 소화불량과 무력감 붓기 등의 증상과 함께 간의 피로가 의심된다면 담즙 분비를 촉진해 간에 활력을 주는 인진쑥, 진피, 청피, 생강 등으로 한방차를 구성해 보자. 한방차는 차제로서 음료를 대신해 수시로 상복하는 방법이다. 만성적인 피로를 방치하지 말고 적당한 휴식,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한방차를 즐겨 보는 것, 그 또한 대책이 되지 않겠는가.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한약을 차제 형태로 투약해본 임상결과를 미뤄보면 치료효능이 충분했다. Function 창출은 한의사들에겐 무척 쉬운 작업일 것이다”

영천 장수한약축제에서 관람객들이 한방차를 시음하고 있다.

한방차가 비교적 원활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가급적 많은 시음행사를 열고 있다. 헌데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 세상 사람들의 기호를 창출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한약의 탕제는 그래도 우리나라의 많은 분에게 익숙한 형태이지만, 한방의 차제는 사실 새로운 부분이 많다. 이번 영천 장수한약축제에서의 시음행사는 많은 분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한약축제 일환으로 이뤄진 행사여서 그런지 참가자들이 한약을 이해하고, 한약재의 다양한 쓰임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일반 박람회의 시음회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시음을 하면서 많은 분이 묻는 말은 한결같이 “이 차는 어디에 좋아요”라는 것이었다. 뭔가 한방차를 마시면 몸이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기에, 어디에 좋은가를 당연히 물어보는 것 같다. 즉 일반인들의 인식에 한방차는 일반차에 비해 Function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깔려있다고 본다.

사실 한약을 차제의 형태로 환자에게 투약해본 그동안의 임상결과로 본다면, 차제로서의 제형으로도 충분히 치료효능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단지 한방차는 강약을 조절해 대중이 쉽게 접하고 먹을 수 있도록 조합하였을 뿐이니까. 어찌 보면 Function을 만들어 내는 일은 한의사들에겐 무척 쉬운 작업일 것이다.

한방차 고유의 Function이란 장점으로 인해, 당분을 듬뿍 첨가해 만들어 지는 자극적인 기호성보다, 매일 물처럼, 음료수처럼 마실 수 있을 정도의 기호성만 갖출 수 있다면 그 기능성의 부각으로 한방차는 충분히 존재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사람은 매일 물 종류, 음료 등을 먹어야 산다. 그래서 음료시장은 클 수밖에 없다.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음료를 보자. 밀폐된 용기 안에 여러 가지 화학적으로 향이나, 맛을 내는 첨가물을 타고 상하지 않게 보존제를 담아서 보관한다. 마시면 입에 달라붙는 감칠맛을 만들어 내지만, 실상은 단맛이 포함된 경우와 인위적으로 구수한 맛을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다.

솔직히 말해 자연친화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음료보다 생수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우리 몸은 물을 필요로 하지만, 좀 더 내 몸에 좋은 물을 요구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개성이 강하다. 물을 마시는 것도 조금 폼이 나게 마시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남들과 다르게 나만의 물을 마시고 싶어 한다. 어차피 매일 마실 물을 몸에 좋게 만들 수만 있다면….

물이 좋지 않은 지역에 사는 많은 지역에선 차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보다 더 좋은 물을 만들기 위해, 차나무의 잎을 우려 차를 마시고 했다곤 한다. 물에 따라 차의 맛이 변하기도 하지만, 차에 따라 물맛도, 물의 효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리라.

차엽 역시 많은 천연물 중, 즉 한약재 중 하나이다. 다양한 천연물을 배합해 내 몸에 좋은 기능성을 담고, 매일 우려먹을 수 있는 연한 기호성을 만들어 낸다면, 우리 몸이 매일매일 몸에 좋은 물을 요구하듯이, 한방차의 자리매김도 일상에서 조성되리라 본다.

허담/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