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청송으로 넘어가는 길에 상옥이란 곳이 있다.
굽이굽이 가파른 재를 넘어야 가는 험한 고개이기에 옛날부터 호랑이나   큰 짐승들이 자주 나타나곤 했다.
비포장 길을 지프차로 허이허이 올라가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거기서부터   쑥밭골까진 자주 자욱한 안개가 끼어 있곤 한다. 일기도 갑자기 변하여 싸늘한 바람이 불고 안개가 한참을 가도 끝나지 않아 마치 기문둔갑의 진속에 갇힌 기분이 든다.

지금은 개발의 여파로 경작지가 많이 줄어졌지만 한때는 이 곳이 경북 천궁의 주산지였다.


천궁은 습하지만 질지 않은 땅에 잘 자란다.
건조해도 작황이 나쁘고 장마가 지면 뿌리가 썩어버린다. 그래서 농민들에게 천궁은 투기 작물이다.

천궁의 향과 맛은 너무나 맵고 강렬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한약 냄새로 대표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바로 천궁의 향이 아닐까. 집 주변에 심어 놓으면 뱀조차 피한다 하여 蛇避草라 불리기도 하였고, 천궁의 싹은
그 독특한 향이 삿된 기운을 쫓는다고 하여 벽사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였다. 천궁의 정유 성분에 배어 있는
향과 맛을 완화하기 위해 절편하여 물에 담구어 거유시킨다.

울결이란 것은 기혈이 마치 기문둔갑의 진속에 갇혀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맑았다 흐렸다 변덕이 심한 산골의 날씨처럼 가슴이 답답하여 종잡을 수 없는 우울증이나, 마치 안개에 가린 듯 흐릿하여 두뇌가 맑지 않아 생기는 어지럼증이나, 주인이 잠시 허약함을 틈타 침입한 풍사에 의한 두통증이나, 습냉에 둘러 싸여 옴짝달싹 못하는 하복의 울혈증에 천궁은 흉협을 관통하여 위로는 뇌까지 다다르고 아래론 하복까지 미치는 울결을 풀어내는 모습이 마치 단 한 필의 말이 선두로 五里霧中의 적진을 뚫어내는 형국과 비교하면 무리인가.

川芎의 원래 이름은 芎이다.

時珍謂, 出關中者, 呼謂京芎, 亦曰西芎, 出蜀中者, 爲川芎, 出天台者, 爲台芎, 出江南者爲撫芎, 皆因地而名也 이로 미루어 보면 천궁은 중국의 여러 지방에서 나지만 四川省에서 나는 천궁을 정품으로 보고 품질도 제일 좋다고 인정하여 주었는가 보다.

한국엔 토천궁과 일천궁의 구별이 있다. 형태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니 분명히 효능도 다를 것이다.

중국의 천궁과 한국의 토천궁은 식물 형태적으로 아주 유사하다. 10년전만 해도 울릉도 성인봉의 나리분지는 일천궁과 전호의 주산지였다. 그때만 해도 내륙엔 일천궁이 퍼지기 전이었다. 울릉도는 바다를 끼고 있어 다습하고 화산지역이라 배수는 잘되고 일교차가 심하여 일천궁의 재배적지였다.
10년 전 친구와 함께 아무 생각 없이 성인봉을 지나 나리분지를 통과하여 내려온 기억이 있는 데 아마 그때 맡았던 약초의 향기가 천궁의 향기가 아니었는가 한다.
지금은 천궁이 지력을 많이 빨아먹는, 연작이 불가능한 작목이라 천궁을 계속 재배할 땅이 없어 울릉도 일천궁의 명맥은 끊어져 버렸다.

천궁이 고지대의 일교차가 심한 냉습한 지역에 자라는 약초이지만 일천궁은 토천궁에 비해 재배 범위가 훨씬 넓다. 토천궁이 경북 북부, 강원도 일대에 국한되어 재배된다면 일천궁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재배될 정도로 재배범위가 넓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질병이 들게 되고 농약의 피해도 많다고 하겠다.
그러나 농민들은 토천궁보다는 일천궁을 심기를 선호한다. 일천궁은 종근이 토천궁보다 2∼3배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확량이 많기 때문이다. 생천궁을 캐보면 물탱이라 할 정도로 질이 무른데 이것이 건조되면서 딱딱해지는 것이다.

본초서에 크기가 작고 질이 단단하면서 향이 좋은 것을 雀腦芎이라 하여 상품이라 한 것을 보면 토천궁이 雀腦芎에 가깝다 하겠다.
그러나 토천궁의 재배면적은 점차 줄어든다. 경북의 상옥이나 기계 기북면 등의 재배지를 가보면 연작이 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점차 면적이 줄고 농민들도 알뜰히 종자를 보존해야 겠다는 생각도 없어 보인다.
그저 애물단지처럼 작년에 따놓은 노두가 있으니 심는 그런 형편이고 그마저 전국으로 본다면 그저 일부만 남아 있을 따름이다.

연배가 있으신 한의사분들은 일천궁은 쓰지 않고 토천궁만 고집하니 상대적으로 부족한 토천궁의 값은 오르기 마련이다.
참고로 ‘본초도감’에는 천궁의 학명은 Lingusticum chuangxiong Hort.이고
일천궁의 학명은 Cnidium officinale Makino.이다.

중국에선 연변지역에서 재배되는 일천궁을 동천궁이라 하고 효능은 천궁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한의사 허담

칡뿌리를 씹어먹던 추억이 있습니까?

어릴 적 주전부리거리가 귀했던 그 시절 조막손에 작은 괭이 하나들고 뒷산에 올라가 동무들과 칡뿌리를 캐어 하루종일 질겅거리고 씹다보면 이뿌리가 얼얼해지고 입 주변엔 칡 물이 들어 시커매진다.
칡뿌리를 캐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요행히 비탈진 곳에 자리잡은 칡을 캐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잡목 틈 사이에 뿌리를 박고 돌 틈 사이로 파고 들어간 칡을 캐다보면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사실 칡은 초본으로 분류되는 것 보다 오히려 목본으로 분류된다.
보통 내륙지방에선 4월이 되면 겨우내 말라있던 칡등에서 칡순이 올라온다. 뱀의 혀끝 같은 칡순이 바람에 날름거리며 치켜들고 있다. 그렇게 올라오는 칡순을 꺾으면 맑은 잿빛 물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칡순은 목을 늘리고 키를 키워 어느새 소나무 등을 타고 넘는다.
매미소리가 울릴 즈음이면 온 산천은 칡등으로 덮인다. 무성한 칡등 위로 벼슬 같은 칡꽃이 핀다. 전신주를 타고 올라간 칡등으로 칡꽃이 줄레줄레 피어 있다. 그것도 잠깐 가끔 쏟아지는 빗줄기에 떨구어진 칡꽃잎이 보일 즈음 하나 둘 칡꽃이 피었던 자리에 꽁깍지가 달린다. 어느새 칡의 순은 말라 부러져 버리고 가끔씩 불어오는 찬바람에 칡의 잎은 노란옷으로 갈아입고 줄기도 말라간다.
줄기가 모두 말라버린 뒤 우린 칡의 뿌리를 캐러 산으로 들어간다.

칡의 모습에서 四季를…

칡은 너무나 분명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 기운의 움직임을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켜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는 칡의 모습을 바라보며 칡의 관심을 읽을 수 있다. 만약 여름에 우리가 칡뿌리를 캐어 먹어 본다면 전분이 거의 없는 거칠기만한 칡뿌리를 씹게된다. 반면에 칡등이 말라버리고 난 후 가을이나 겨울의 칡뿌리에서는 그야말로 ‘쌀칡’ 이라 불리는 전분이 많은 칡뿌리를 먹을 수 있다.

봄철 칡순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또아리를 튼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것을 연상하는 이유는 어딘가로 뻗기 위해 팽팽해진 그 힘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방에서 칡순을 갈용이라하여 녹용과 같이 대우함은 뚫고 뻗어나가는 힘이 녹용 못지 않기 때문이리라. 혹시 사랑을 할 때 팽팽히 뻗치는 힘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징그러운 뱀만 고아 먹지 말고 봄철 칡순을 뜯어다 밤 (건율)과 함께 고아먹어 볼 일이다.

여름철 칡꽃이 활짝 피기 전에, 다시 말하면 칡꽃을 뜯어도 꽃이 헝클어지지 않을 때 칡꽃을 따야한다. 비록 뙤약볕이 내리쬐어도 칡꽃의 향내가 너무 달콤해 꽃을 따는 일이 고되지 않다. 다 딴 꽃을 응달에 널어두면 향기가 남아 있으면서 서서히 마른다. 때론 칡꽃을 좋아하는 벌레가 숨어 있지만 주변에 설탕물 조금 뿌려두면 벌레가 빠져 나온다.
칡꽃 즉 갈화는 주독을 풀어주는 묘약이다. 칡뿌리도 주독을 풀지만 갈화를 따라오진 못한다.

칡은 무엇으로 사는가?

칡의 약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칡의 마음을 엿보기로 하자.
사람들은 돈을 번다. 먹고살기 위해서, 여자를 사랑하고 또 그 여자와 더불어 대를 이을 자식을 얻기 위해, 그리고 부모와 처자를 봉양하기 위해 끊임없이 돈을 번다.
왜 돈을 버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따귀를 갈길 테다.
식물은 물과 햇볕을 차지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그 결실이 뿌리에선 정유의 형태, 전분의 형태, 그리고 수분으로 갈무리하는 것 같다.
거기에 무슨 성분이 있는가는 그쪽의 전문가에게 맡겨 두고 우리는 일단 보이는 것만 가지고 이야기 해보자.

내가 본 칡은 물과 햇볕을 차지하는데 아주 유리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적응하는 능력이 있고, 덩굴성으로 다른 나무의 꼭대기로 기어올라 햇볕을 받는 것도 유리하며 더구나 큰 잎사귀는 탄소동화작용을 하기에 너무 훌륭하다. 그래서 이 시대에 칡이 번성하는가 보다.
칡은 주변의 수분을 흡수하고 광합성을 통하여 생산한 영양소를 전분의 형태로 뿌리 깊숙이 저장을 하고는 그 동안 늘려 놓았던 자신의 신체 일부(잎과 줄기)도 차단시키고 겨울을 땅 속에서 지낸다. 칡은 다른 식물보다 뿌리가 크고 굵은 편이다. 다시 말하면 저장창고가 큰 편이다. 모든 조건이 칡의 생존에 유리해 보인다.

여름철 무성할 자신을 꿈꾸며…

겨울을 땅속에서 보내는 칡은 여름철 잎이 극도로 무성하게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며 겨울을 보내는 것이다.
칡이 꿈꾸고 있는 모습이 바로 칡의 약성이 아닌가? 호박이나 수박은 수분을 과육에다 저장을 하고, 댕댕이덩굴이나 으름덩굴은 줄기에다 저장을 하고, 인동의 덩굴은 잎과 줄기에 저장하여 겨울에도 잎이 시들지 않고, 하수오덩굴이나 칡덩굴은 뿌리에다 전분의 형태로 저장을 한다.
이듬해 순과 잎이 나오는 부위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뿌리에 전분의 형태로 감춰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水氣를 생각하며 옛 의원은 갈근을 양명의 불을 끄는 소방수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紫草를 약탕관에 넣고 달여보면 보라색이 아닌 군청색이 배어나온다.
마치 헤모글로빈이 빠져나간 정맥혈, 아니 정맥혈관의 색깔이랄까. 피의 밑바닥 바탕색같은 느낌이다.
색이 얼마나 짙게 베이는지 약탕관의 첩지며 찻잔, 심지어 약탕관의 내부면까지 짙은 군청색이 깊숙히 묻어 있다.
紫草와 같이 염료로 사용되었던 것은 모두 약용으로도 사용되었다.
쪽, 황칠나무, 홍화, 옻나무 등등….

황련과는 다른 청열해독작용

紫草 一味만을 달여 먹으면 들큰한 맛이 난다.
본초서마다 苦味 또는 甘味로 다르게 기재되어 있지만 苦味이기보단 분명히 甘味다. 청열해독의 주치로 보자면 苦味가 더욱 합당하겠지만 甘味가 나는 것으로 보아 황련 황금 금은화 등의 청열해독 작용과는 분명히 다른 청열해독의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본초의 바다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데 있어,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는 선배들의 항해일지인 본초서와 오감으로 다가오는 느낌뿐이다. 가장 원시적인 장비이지만 본초가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내가 느낀 감각에도 어느 정도의 보편성은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한가지 약초를 내나름대로 이해하기 위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간에 계속 그 약초를 달여 먹어 본다.
본초서와 맞추어 가다보면 어떤 부분은 이해가 되고, 어떤 부분은 도저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다.
紫草를 달여 먹으면 마치 산삼(장뇌)을 씹어먹는 때와 마찬가지로 침샘에서 계속 침이 분비되는 기분이 든다.
입안에 감칠맛이 도는 것처럼 매끄러워 진다.
이 느낌이 紫草의 약성을 표현해 주는 것이 아닐까?
반진 포진 악창 궤양 등 각종의 피부질환과 출혈이나 혈관의 내부가 막혀서 생기는 혈관성 질환에 응용될 수 있는 紫草의 약성은 맛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우둘투둘한 피부의 표면을 매끄럽게 펴주는 작용이 입안에서 느끼는 매끄러운 감칠맛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중국에선 紫草가 각종의 상피세포암에 강한 치유작용을 가진다는 보고가 많이 올라와 있다.
피부가 우둘투둘해지는 피부질환뿐 아니라 입안 목, 식도, 위, 대장의 내장표면, 심지어 자궁의 내부 표면의
우둘투둘함 까지 모두 매끄럽게 펴주는 작용을 하여 주지 않을까 한다.
자초를 달여 먹어 보면서 이 약초의 응용에 관하여 청미래덩굴의 뿌리와 백화사설초와 紫草가 모두 차이는 있지만 약간씩 감칠맛이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세가지 약초가 모두 상피세포암에 응용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입안을 매끄럽게 하는 이 맛이 피부표면까지도 매끄럽게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짐작을 해본다.
한가지 우스운 것은 자초를 오래 달이면 굉장한 꾸렁내가 나는 데 어디에서 그런 냄새가 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중국 자초 형태달라

중국의 약재시장에서 본 紫草는 보통 軟紫草라고 하여 우리와 형태가 다르다.
신강성에서 많이 채취한다고 하는데 보라색 뿌리에 마치 보랏빛띠가 감겨 있는 형태다.
사진은 약재시장을 촬영한 필름에서 뽑은 거라 좀 어두운 것 같다.
동북의 길림성에서 야생으로 채취한 형태는 우리나라와 같은 형태이나 수량은 거의 없다고 들었다.
하여간 紫草는 중국의 전역에서 고르게 분포하지만 형태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학명도 달라
우리의 紫草와는 약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

입하(立夏)도 넘겨 초여름 기운이 완연한 지난 주말, 신농본초경을 함께 강독하는 한의사 동료들과 오대산을 올랐습니다.
토요일 저녁 무렵 민박집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앞산 기슭에 올랐더니 산 기운이 서늘하여 오대산에는 아직 새봄이 떠나지 않은 듯 합니다.
약초가 무성해지고 있는 남녘의 나트막한 산들과 달리, 고도가 높은 오대산은 찬 기운이 가시지 않아 눈에 띄는 약초들은 어린 새잎들만 보입니다. 밭에 심겨진 참당귀도 겨우 4∼5센티 될까말까하는 어린잎입니다.

다음날 새벽, 민박집 뒤, 낮은 산부터 올라가 보았습니다. 서남향의 경사진 등성이로 오르니 잔대(沙蔘)가 여기 저기 눈에 뜁니다. 작은 산꼭대기를 넘어 음습한 북향으로 내려가자 푸른 이끼 덮인 바위틈 사이로 공룡시대와 어울릴 것 같은 관중(貫衆)이 군락을 이루며 불쑥 솟아 나와있고, 천남성, 세신 등이 보입니다.

내려와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 차를 몰아 산 속 깊이 들어가 서향 등성이로 두 번째 파산(爬山 ; 약초를 캘 때는 경사가 심한 산을 기어서 오름)…. 나무가 우거지면 약초가 녹는다고 하는데 거칠게 껍질 벗겨진 미후도 덩굴 외에는 풀도 약초도 보이지 않습니다. 죄없는 미후도 덩굴만 호미로 쪼아 물을 받아먹고 다시 하산. 동향 등성이로 세 번째 파산. 역시 야생 참당귀 몇 포기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오대산보다 위도나 고도가 낮은 치악산으로 향하기로 하였습니다. 역시 예상은 맞아 치악산은 오대산에 비해 풀이나 약초나 훨씬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특히 백출은 원없이 실컷 보았고, 한술 더떠 “심봤다”까지 할 뻔했는데 아쉽게도 오가피나무 옆으로 삐져나온 오가피나무의 새순이었습니다. 오가피와 산삼은 똑같은 잎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에서 구분할 때, 두 놈의 차이점으로 하나는 木本이고 하나는 草本이라는 것뿐입니다. 더위지기와 쑥처럼 말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을 막론하고 산을 헤매며 약초를 찾다보면 시간가는 것을 잊습니다. 그러다가 약초를 발견하면 氣味를 느낄 수 있도록 맛을 봅니다. 자연 상태의 약초를 생것으로 캐서 처음으로 먹어보면 그 강렬한 맛에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깜짝 놀랍니다. 白朮을 손톱만큼 잘라 입안에 넣어 씹으면 맵고 화한 기운에 입안이 얼얼합니다. 연필심보다 가는 細辛의 잔뿌리 하나만이라도 잘근잘근 씹으면 혀가 마비되는 듯합니다.

사람들은 비로소 한약이 이렇게 강한 약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방으로 흩어져 쉽게 느낄 수 있는 매운 맛의 약초 외에도, 우리가 임상에서 상용하는 약초들은 야생의 상태에서는 강한 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傷寒으로 辨證할 수 있는 급성 패렴 등과 같은 발열성질환뿐만이 아니라, 많은 내과 질환에서 한약이 양약보다 빠른 효과를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와 같이 강렬한 힘을 가진 生 약초를 길들이는 것을 法製라고 합니다.

생약초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길들이는 것은 야생마를 조련하는 것과 같습니다. 야생마를 조련하면 더욱 훌륭한 명마로 바뀌듯 법제를 거친 약초는 더욱 효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사실 법제란 어려운 뜻이 아닙니다. 가정에서 싱싱한 콩으로 메주를 쑤는 것도 법제고, 소고기를 배즙에 절여 놓는 것도 법제입니다. 물가자미를 쫀득하게 만들기 위해 햇살에 말리는 것(曝)도 소박한 의미의 법제에 속합니다.
한약이 약통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법제인 말리는 과정 정도는 거칩니다. 임상에서 상용하는 약재 중에 살아있는 야생마의 상태를 고집하는 것은 생지황, 생강정도 뿐입니다. 거의 모든 약재를 洗, 曝, 포, 炒, 炙, 단, 浸, 蒸 등의 法에 의해 순치(馴致)해서 쓰게 됩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생것은 ‘빠르고’ 법제한 것은 ‘느려’집니다.
생것은 급성질환에, 법제한 것은 만성질환에, 생것은 瀉法에, 법제를 거치면 補法에 가깝습니다. 약이 술을 먹으면 상승하고 소금을 먹으면 하강합니다. 지황은 아홉번 쪄진 후 六坎水의 形質로 변하고, 용골은  를 거친 후, 자신의 魄 속에 행여 남아있을 수 있는 한 가닥 魂마저 날려 버리며 진정한 攝魂之劑로 바뀝니다.

醫者는 意也라 東垣 李고 선생의 의도대로 인삼, 황기, 감초를 瀉熱之聖藥으로 쓴다면 밭에서 금방 캔 수삼, 생황기, 생감초를 구해서 쓰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고, 補脾를 목표로 한다면 홍삼과 밀자황기, 자감초 등으로 법제하여 써야 할 것입니다.

이윤(伊尹)은 역사에 실존하는 한의학의 鼻祖입니다. 王好古의 ‘탕액본초’ 서문에도 “世皆知素問爲醫之祖  而不知軒岐之書 實出於神農本草也”라 하여 한의학의 정통은 실질적으로 殷의 이윤에서 시작되어 漢의 장중경으로 넘어감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윤은 ‘本草’에 능하여 ‘湯液’을 지었고 중경은 ‘탕액’을 넓혀 ‘상한론’을 짓게됩니다. 또 이윤은 탕임금을 도와 은나라를 세운 뛰어난 재상으로도 유명한데,  庶草를 法製하고 調理하여 ‘탕액’을 짓듯,  庶民을 剛克하고 柔克하며 法天下하였던 것입니다.   (古代에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三德이 있는데, 正直과 剛克과 柔克, 세 가지이다. – 書經 洪範)

 一說에 의하면 이윤은 ‘요리하듯 천하를 다스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伊尹의 후예입니다. 산과 들을 헤매 이미 올바른 약재를 구했다면, 이제 그 놈을 잘 길들일 수 있는 법제에 관심을 쏟아야할 때입니다.   

… 한의사 전창선

우리나라 맥문동의 주산지는 경남 밀양의 단장면과 밀양에서 옮겨 심은 충북 청양군이다.

맥문동은 그 특성상 일교차가 심한 지역에서 잘된다.

경남 밀양과 언양 지역은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천황산 가지산 영취산들을 끼고 있어 위도가 높은 대구지역보다 새벽기온은 5도정도 낮고 아침기온은 5도정도 높아지는 큰 일교차를 가진다.

빠르면 3월말에서부터 수확하기 시작하여 늦어도 5월초순이면 수확이 끝난다. 수확이 늦어지면 오히려 괴근이 물러져 수확량이 감소하므로 이 기간에 대부분 수확을 끝낸다.

수확시기가 농번기와 겹치는 관계로 거심하지 않는 막맥의 상태로 출하한다. 거심하면 값은 더 받을 수 있지만 하나하나 심을 뽑아내기엔 많은 시간이 소요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거심 맥문동은 상인들에 의해 막맥으로 사들여 진 뒤 창고에 보관되었다가 겨울철 한가한 시기에 다시 물에 불려져 거심작업을 거친 뒤 거심 맥문동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다.

옴니허브에서 양건 거심 맥문동을 만들어 보기 위해 수확할 당시 농민들을 찾아가 생채를 사기를 시도했으나 농민들과의 이해가 맞지 않아 생채를 살 수가 없엇다.
우리가 시범작업을 해 본 결과 생채 4근을 건조하여 1근을 만들 수 잇는데 반해 농민들은 생채 3근에 1근을 주장하여 의견이 맞지 않아 생채를 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소량의 생채르 사서 거심 작업을 시켜보았더니 1인이 하루에 거심 할 수 있는 양이 고작 5근 내외였다.

거심방법은 세척한 생채를 2~3일 햇볕에 널어 말리면 약간 꼬들꼬들해 지는 데 이때 잔뿌리에 붙어 있는 심을 잡아 당기면 심이 빠진다. 급한 마음으로 달라 들면 심이 중간에 끊어져 속을 헤치고 파내야 한다.
옴니허브가 이렇게 어려운 양건 거심작업을 시도해 보는 것은 약의 힘이 분명 다를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건조기에서 건조된 맥문동은 약의 진액이 손상되어 벌레조차 작 먹지 못하다.
맥문동의 효능이 윤폐 작용에 있다면 건조기를 사용하여 맥문동의 진액을 손상시키는 것은 절대 안되는 것이다. 거심의 의미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맥문동의 심은 섬유질이 강해 아주 건조하고 질기다.
그러니 윤폐를 할 맥문동에 건조하고 질긴 심을 제거하는 것은 약리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할 수치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논리로 농민들을 설득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방법을 달리하여 밀양의 건조기가 없는 산간마을에서 조금씩 맥문동을 재배하는 농가를 찾아가 보았다.
재배하는 양이 적어서인지 그 산간마을에서는 하루에 거심할 만큼의 양만 소량씩 캐어내 거심하여 햇볕잘 드는 곳에다 양건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집에 겨우 모아보니 20근 많으면 30근 정도의 량이다.
우리가 직접 양건 거심 맥문동을 만들 방법이 없으니 이정도의 량이라도 모아 볼량으로 한주에도 여러번 여러 산간마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부탁하고 소량씩 사모았다.
사모아 온 것을 다시 햇볕에 널어 말리면서 뿌리가 썩은 것은 가려내고 너무 잔 것은 채에 쳐 걸러내니 다시 15%정도의 감량이 난다. 그리고 양건 맥문동이 약벌레에 약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진공포장으로 밀페하고 다시 외부포장을 하였다.

앞으로 한의사들이 바르게 만들어진 양건 거심 맥문동을 쓸 수 있기 위해선 큰 물줄기가 바뀌어야 된다고 본다. 먼저 한의사들이 약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알고 상인들에게 요구해야 하고 현지상인들은 농민들에게 한의사들의 공통된 생각을 전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이 손에서 제대로 된 약재가 만들어져 한의사들에게 넘어 올 것이다.

석고의 주산지인 응성시는 호북성 중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구 63만명, 총면적은 1100여㎢이다. 지도상에서 거의 정방형의 모습이다. 이제까지 4000여년간의 門板灣, 四龍河 등 신석기시대의 유적이 계속 발굴되어 오랫동안의 찬란한 문명을 보여주고 있다. 석고, 암염, 온천 등 광산 자원이 풍부해 “膏都鹽海”로 불리운다.

응성석고는 중국에서 가장 일찌기 개발되었다. 석고는 역대로 ‘應城一寶’라 일컬어지고 있으며 《湖北通志》, 《應城縣志》등 사적에도 기재되어 있다. 明代 嘉靖年間(1522-1566년)에 응성현 서북쪽의 산자락에 벼랑이 무너지면서 처음으로 석고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응성석고는 이제까지 4백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호북성의 석고광산위원회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석고의 총 분포면적은 100여㎢에 이르고 그 매장량은 약 16억톤에 달한다고 한다.
이후 많은 다른 지방에서도 석고가 발견되었지만 그 품질이 모두 응성석고에 비할 수 없었으며, 응성섬유석고의 품질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우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응성시는 “膏都”라 불리우고 있으며, 생산량에 있어서 전국 상위에 속할 뿐 아니라 그 품질도 전국제일이다. 응성의 석고와 석고제품은 중국 21개 성, 시, 자치구로 판매되고 있을뿐 아니라, 멀리 유럽과 미국, 일본, 동남아 및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의 국가로도 수출되고 있다.

석고의 채취와 선별

서지하의 석고 광맥은 얇은 층을 이루고 있어 채굴시 잡석이 붙게 마련이다. 의약품으로 사용되기 위해선 석고에 붙은 잡석과 니사를 청결히 제거해야 한다.

석고무기성분 실험연구

석고에 들어있는원소

석고는 Ca을 주요성분으로 하는 여러 가지 무기원소들이 포함된 혼합체이다. 산지와 기원이 부동함에 따리 Na, Mg, Al, Si, K, Ti, Mn, Fe, Co, Ni, Cu, Zn, Sr, Ag, Pb, S34 중의 몇 가지 무기원소들이 들어 있다. 부동한 산지기원의 석고는 모두 무기성분 중 Mn, Fe, Cu의 함량이 비슷하나 (Mn:3~5ug/g, Fe:15~20ug/g, Cu:3~4ug/g) Mg의 함량은 차이가 많이(1.4~372.4ug/g)난다. 그러나 석고의 도지약재인 응성석고는 Mn/Fe/Cu=1.0과 Mg/Mn≈Mg/Cu≈Fe/Mg≈Fe/Cu≈7의 비례규칙을 준수한다.

작업후기

바야흐로 고열을 동반하는 급성중증 호흡기증후군(사스), 조류독감, 푸지엔 독감등에 시시각각으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시대에 사고 있습니다. 이런한 시대에 옴니허브가 한방 임상현장에서 高熱을 잡을 수 있는 석고와 같은 힘이 있는 약재에 대한 자료집을 낼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전쟁을 치르는 군사에게 무기가 잘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얼마나 난감하겠습니까? 무기에 대한 신뢰, 약재에 대한 신뢰가 한방진료의 자신감을 회복하리라 기대해 봅니다.

1998년 중국의 유명한 광산회사의 소개로 석고를 도지약재로 하는 산지를 찾아간 곳이 바로 호북성 응성입니다. 그러나 응성산의 석고도 품질이 용도별로 5등급 정도로 구분되어져 있었고, 또 광물약재의 특성상 한꺼번에 많은 양을 움직여야 하므로 저질품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했습니다.
석고연구에 대한 국내외의 문헌자료와 중국약재시장에서 유통되는 석고의 품질평가와 관련전문가의 자문을 득한 후에 작업 매뉴얼을 정했습니다.

2003년 11월 응성에 있는 광산현장에 옴니허브의 직원을 파견하여 석고의 채취와 선별 가공포장이 메뉴얼로 이루어지는 지를 현장에서 모두 감독하였습니다. 한방원료 의약품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품질검사 성분검사 등을 득한 후 수입하였습니다.

옴니허브의 최상품 응성석고 주문요령

– 주문

석고주문 방법은 전화, 팩스, 홈페이지등 편리하신 방법으로 이용해 주세요.

홈페이지 | http://www.omnishop.co.kr

* 원활한 공급을 위하여 평소 거래하시던 약업사를 통하여 주문하셔도 옴니허브의 최상품 응성석고를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발송


주문하시고 입금하시면 택배로 발송됩니다.
석고 외 품목 판매문의 | 080-345-1255

4월.. 경남 밀양은 한창 맥문동 수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약재로의 맥문동 재배보다 조경용으로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 예전 같은 모습은 아닌 듯하였습니다.
맥문동 한 뿌리를 캐어 보면 줄줄이 알이 맺혀져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미소를 띄게 합니다.

하지만 일손이 많이 부족한 시골에서는 많은 수확의 기쁨이 있는 반면,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해야 되는 번거로움 때문에 연세 많으신 할머니들까지 총 동원되어야 작업이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들판을 둘러보면 옹기종기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 계신 곳은 모두 맥문동 작업을 하는 곳입니다.

맥문동은 거심을 해서 사용하는 약재라 땅에서 캐어내자마자 1차로 일일이 하나하나 손으로 떼어내면서 심을 제거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이 작업은 번거롭고 지루한 작업일 수도 있으나 시골 어르신들에게는 서로의 입담을 자랑하시며, 자손들 자랑에 흠뻑 빠져 또 다른 즐거움을 찾으시는 방법 중 하나이시기도 합니다.
맥문동 거심 작업은 손으로 직접 작업을 하게 되는지라 크기가 큰 것들은 그냥 손으로 당기기만 하여도 시원하게 심이 쏙 빠져나오지만, 크기가 작거나 한 것들은 심이 빠지지 않은 채 그냥 톡 잘라져 버리는 것들도 다반사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우선 햇볕에 널어 양건을 어느 정도하여 약간 꼬들꼬들 건조가 되어지면 2차로 선별작업을 거쳐 완전히 거심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작업된 맥문동들은 지금도 밀양의 들판에서 양건이 되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90%이상 건조가 되어 5월이면 바로 판매가 가능할 듯 보여 집니다. 곧 경남 밀양의 햇 맥문동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꽃샘추위가 한풀 꺾인 3월의 어느날!!

의성 숲실 마을에도 산수유꽃이 기지개를 폈습니다.

산수유나무 열 그루만 있으면 자식들 대학에도 보냈다던 얘기가 있을 정도로 예부터 산수유는 귀한 나무였습니다. 특히나 의성 산수유는 농가에서 긴 겨우내 일일이 손으로 깐 산수유로 더 이름이 났었다는데 지금은 그런 산수유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산이며 동네어귀며 마을 곳곳에 심어져 있지만 어디를 가나 유난히 개울가를 따라 심어져 있는 산수유나무들. 그 연유가 무엇일런지 알 수는 없지만 개울 따라 노란 산수유 꽃 따라 봄 산책길로 안성맞춤입니다.

하나의 망울이 터지고 다시 그 하나의 망울들이 터져 수십 개의 꽃망울이 모여 하나의 산수유 꽃이 됩니다. 그것으로 다산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법도 하네요.

굵은 산수유나무 기둥을 보며 여든 넘은 할머님이 열여섯에 시집 올 때부터 이 산수유나무가 있었다며 그 오래된 세월을 되짚어봅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찾아든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경북 소도시의 유명한 한의원에서 한 달에만 몇 만근을 쓴다는 산수유.
그 만큼 肝腎을 補하고 酸澁한 味로 수렴하여 益腎固精하는 산수유의 위력을 실감케합니다. 온 동네 노란 물결 일렁이는 완연한 봄기운을 느껴봅니다.

본초도경에 산약을 서예라 한다.

생산약을 사다가 숯불에 구워서 먹어 보았다.
감자나 고구마 굽듯이 잿불에 묻어 두면 껍질이 약간 타면서 속이 익는데 껍질을 벗기고 먹어 보면 감자와 흡사하다. 딱히 똑같다고 할 수 없지만 입안에서 씹히는 허벅허벅한 느낌, 마치 우유를 친 감자를 구었다고나 할까?

생채일 때는 점액질이 전혀 없다. 그래서 서예라고 하였나?

산약의 주산지는 경북 영주와 안동이다.

작년에 산약을 양건해 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 실패하였다. 점액질이 너무 많아 금방 시커멓게 변해 버리는 것이었다.

올해는 건조기에 섭씨 35도를 기준으로 놓고 상하 5도 정도를 오르내리게 하니 약 5일 정도 소요된다. 약성의 변화를 줄이려고 최대한 낮은 온도에서 작업하였다. 이렇게 건조된 것을 씹으면 말린 밤을 깨물어 먹는 맛이 난다. 단맛이 나고 구수함이 우러나온다. 본초서에 나오는 기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껍질은 구태여 벗기지 않았다. 고기의 제일 맛있는 부분은 뱃살, 지느러미살, 머리 뼈 사이에 붙은 살 등이다. 감각과 신경이 밀접하게 연결된 부분이다.

식물도 생장점이 있고 활발한 작용이 일어나는 곳 즉, 껍질과 가까운 쪽이 맛이 있으면서 약효 또한 가장 좋은 곳이 아닐까? 오랫동안 마를 연구해 오신 안동 북부시험장 장소장님의 조언도 역시 그러하다.
껍질 째 건조하여 씹어 보았지만 맛은 최고다.

봄의 나무껍질, 여름의 꽃, 가을의 열매, 겨울의 뿌리, 사계의 수확이 거의 마무리된 12월 하순입니다만, 아직까지 수확을 기다리며 잠만 자던 황금의 출하소식에 새벽잔서리가 깔린 길을 따라 전남 고흥으로 떠났습니다.
부지런한 농가 일손을 생각하면, 이만큼이나 이른 새벽에 출발하여도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아침도 거르고 겨우 겨우 도착했지만, 농민분들은 얼마나 이른시간부터 일을 시작하셨는지 벌써 한참이나 황금을 캐시곤 밭가운데 모이셔서 참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시골인심이라 같이 먹자며 참을 권하시는 어른들께 애써 군침을 삼키면서도 사양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다도해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황금을 캐시러 일부러 오신 일만 아니라면 맨바닥이지만 자리를 펴고 나눠드시는 시골풍경이 어쩌면 풍류객의 한가한 나들이 같아 보이는 것은 겨울답지 않은 따사한 볕과, 막힘없이 펼쳐진 남도의 바다때문인 듯 합니다.

황금은 자금과 고금으로 구분하여 사용하는데, 국내에서는 강원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년생 자금을 생산합니다.
5월 중순 서숙보다 잔 씨를 흩뿌려 갈쿠리로 살살 흙을 덮는데, 덮은 흙이 조금만 두꺼워도 싹을 틔우지 못하기에 한번에 잘 덮어야지 두 번 손데면 농사를 망친다고 고생하신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나마, 힘들게 뿌려놓아도 비가 자주오면 빗물이 흙을 다져놓는 통에 싹이 솟지를 못한다고 하시며, 올해 비 걱정에 조금 촘촘히 뿌렸더는 가는 뿌리가 많다 허허 웃으십니다. 그래도 우리 밭 흙이 부드러워 뿌리가 곧다고 자식자랑 하듯이 한뿌리 들어 보여주시는데, 잔뿌리 없이 쭉 뻗은 모양이 참 예쁘게도 생겼습니다.

황금에는 바이칼린 (C2IHI8011)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바이칼린은 냉수와 접촉하면 효소활성으로 인해 가수분해되어 바이칼레인으로 변하면서 녹색을 띕니다.

황금의 표면에 곰팡이처럼 푸릇푸릇한것이 바로 바이칼린이 바이칼레인으로 변하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효소가 활성화 되는 것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지만, 변색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온수로 빨리 세척하거나, 연화(증숙)과정을 거쳐 효소활성을 최대한 억제하거나, 세척 후 표면에 묻은 물기를 최대한 빨리 말려야 합니다.
저희는 생체 세척 후 냉풍건조기로 표면을 말리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약재의 절단은 스테인레스 절단기를 이용하여 철과의 접촉을 피했고, 냉풍건조기와 저온건조기를 이용하여 음건하듯이 건조하였습니다.

올해 문제가 되고 있는 토매지황금(국산처럼 위장된 중국산황금)을 의식하여, 처음에 절단한 소량을 빼고는 모두 편절을 하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