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담이 쓰는 한방차 이야기(40)
당뇨병에 좋은 한방차
할머니는 같은 레시피만 반복 주문했다. 혈당 수치가 떨어지는 듯싶단다. 검토해 보니 예전에 만든 비만 지방간 관련 레시피였다
한의원 대기실에서 각종 한방차를 만들어 시음시키다 보니 환자들은 으레 내원하면 차 한잔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방차를 드립으로 추출해 예쁜 잔에 담아내는 과정 역시 그 분들에겐 재미난 모양이다. 차를 마시며 나누는 정담의 소재에 아픈 질병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한방차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가끔 환자들이 원하면 그 분들이 맛있다고 하는 레시피대로 차를 만들어 한달분 정도 판매하기도 한다. 오직 그분에게만 드리는 ‘맞춤형 한방차’인 셈이다. 필자의 한의원은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병 등을 컨셉으로 병원을 운영하기에 자연스레 그와 관련된 환자층이 많은 편이다.
당뇨병은 요즘 너무나 흔해져 나이가 들면 당뇨병이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젊은 층에서도 당뇨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가족 중에 당뇨병을 앓아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다면 당뇨병을 방치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당뇨병이 너무나 흔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내는 사람도 많은 실정이다.
당뇨병이 오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몸이 무거워 하기 싫지만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하고, 달고 기름진 맛있는 음식들을 절제해야 한다. 즐거운 술자리도 삼가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의욕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던 일의 량도 줄여야 한다. 아픔을 참고 정기적으로 바늘로 피를 빼 혈당도 체크해야 한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싫어 호기롭게 살아보려 하지만, 당뇨병은 어김없이 보복을 가하기 마련이다. 고혈압 심장병이 따라오고, 이가 흔들리면서 욱신거리다 풍치로 이를 빼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가 하면, 소변이 질질 거리다가 마침내 신장병을 만들기도 한다. 그뿐인가 만성적인 피로가 중첩이 되다가 간기능이 망가지기도 하고 마침내 실명에까지 이르고 만다. 이외에도 당뇨병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 얼마나 많은가.
사실 당뇨병에 좋은 한방차를 개발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구체적인 하나의 질환을 타켓으로 삼아 차를 개발하기엔 아직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 중에서 유독 같은 레시피를 반복해 주문하시는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은 다른 분을 소개해 그 레시피대로 차만 구입해 가는 경우도 있어 직원이 “왜 그 차를 그렇게 좋아하시냐”고 물어 보았더니 <이 차를 마시면 혈당 수치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차를 면밀히 검토해 보았더니 예전에 비만 지방간 등과 관련해 만들어 놓은 레시피였다. 당연히 당뇨병에도 유의성이 있을 듯싶어 그 이후엔 당뇨병 환자가 내원하면 일단 차를 권해 보았다. 실제로 좋은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차제란 것이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함께 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줄 수 있는 제형이 아닌가. 그렇게 본다면 당뇨병에 좋은 한방차 역시 그 쓰임새가 있을 것 같다.
우연히 만들어진 당뇨병에 좋은 한방차의 레시피를 소개하면(우리가 흔히 접하는 한방차의 재료라 특별나지 않지만) 다음과 같다. 뽕잎, 하엽, 발효당귀, 귤피를 주원료로 해서 만들었으니 관심 있는 이들은 각자 기호대로 맛을 창출해 보기 바란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