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한의학은 냉혹한 자연환경과 생존경쟁이  초래하는 갖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의학과 고전인  <황제내경>에 투영된 바대로 우리 육신의 불로장생을 꿈꾸는 도가(道家) 의학이 조화를 이루면서 많은 발전을 해왔다.

부자들은 먹고 싶고, 입고 싶고,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욕망을 얼마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늙고, 병들고, 죽는 것만큼은 돈으로도 어쩔 수 없기에 그 점에 유난히 집착이 강하다.
‘황제의 보약’에는 불로장생의 염원을 담아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는 요소를 보충하는 데 한걸음이라도 더 다가서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 요소가 있다. 활기(活氣)·윤기(潤氣)·온기(溫氣)다. 이 세 가지 요소만 지속된다면 인간은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활기는 곧 기운을 말한다.

동의보감에 따른 경옥고 구성비
①생지황(52%) ②꿀(33%) ③복령(10%) ④인삼(5%)

정력·정열·에너지를 만드는 원동력으로이것을 보충하는 대표적인
약재는 인삼·황기 등의 보기약(補氣藥)이다.

윤기는 물기가 충만해 촉촉한 상태를 말한다. 반짝반짝 빛나고, 매끄럽고,
부드러워 움직임이 자연스러우며 용모를 시들지 않게 한다.
이것을 보충하는 대표적인 약재는 지황·당귀·산수유·오미자 등의
보음약(補陰藥)이다.

온기는 신체가 냉하지 않으며 따뜻한 기운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죽는다는 것은 신체가 완전히 식었음을 뜻한다. 온기를 보충하는
대표적인 약재는 꿀이나 부자, 계피 등이다.

황제가 먹었던 보약 중에 ‘경옥고(瓊玉膏)’란 것이 있다.
아주 귀한 구슬과 옥처럼 가치 있는 고약(膏藥)이란 뜻이다.
이 보약은 중국 송나라 때 홍준(洪遵)이 자신의 경험과 전해들은
처방들을 한데 묶어 정리한 <홍씨집험방>(洪氏集驗方)이란 책에 등장한다.
중국 땅을 통일한 원나라의 시조 쿠빌라이 칸도 즐겨 복용했다 한다.

홍준은 신철옹(申鐵瓮)이 인삼·생지황·복령·꿀 등 네 가지 재료로
만든 경옥고가 건해(乾咳), 즉 마른 기침에 효과가 있다고 해 자신의 책에
수록해 놓았다고 했다. 그런데 경옥고의 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났던지
후대의 의서에도 종종 등장하며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상세한 설명이 실려 있다.

고약은 오래 고아서 완성한 약이다. 오래 곤다는 것은 가볍고 성질
급한 것은 날려보내고 가장 기초를 이루고 근본을 만들 수 있는 성분만
농축시킨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곰탕도 소뼈를 오래 고아
탁한 것은 걷어내고 진한 국물로 탕을 만들어 허한 몸을 보충시키려는 음식이 아닌가.

경옥고 역시 인삼 가루, 복령 가루, 지황즙, 꿀을 반죽해 도자기 단지에
넣고 3일간 중탕으로 곤 다음 하루를 식혀 숙성시키고, 다시 하루를 더 고아서
도합 5일 밤낮을 정성으로 만들어야 먹을 수 있는 보약이다.

그것도 겨울 한철 개와 닭 소리도 들리지 않고 효녀·효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야 하며, 다 만든 다음 천지신명께 고한 후 비로소 복용한다고 돼 있다.
부정을 타지 않는 곳에서 효자의 탐심을 피해 하늘에 신고식을 해야 먹을 수 있는
약이니 가히 ‘황제의 보약’이라 할 수 있겠다.

경옥고는 원래 폐에 생긴 화열(火熱)로 인해 폐의 진액(津液)이 부족해져
발생하는 마른 기침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졌다. 진액을 보충해 주는 생지황,
건조해진 폐를 촉촉히 적셔주는 꿀, 허약해진 폐의 기운을 북돋우는 인삼,
폐의 화열을 없애주는 복령 이 네 가지 약재를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폐열로
인한 가래 없는 기침을 다스렸던 것이다.

후대에는 여기에 폐와 심장을 안정시키는 호박(琥珀)과 우리 몸에 있는 기(氣)의
오르내림을 원활하게 해주는 침향(沈香)을 첨가해 끊이지 않는 마른기침으로 가슴이
은은하게 아픈 것까지 해소하고자 했다.
허담·대구 태을양생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