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bes]에 실린 기사입니다.
연말연시는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분주한 시기다.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동창모임이다 직장내 송년모임이다 해서 각종 술자리에 불려다니는 때이기도 하다. 인간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 사회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주당들이야 맘껏 술을 마실 수 있는 물실호기(勿失好機)가 되겠지만, 술이 약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는’ 시간이 되기 십상이다. 매에 장사없듯이 아무리 주당이라 해도 이튿날 숙취는 피해갈 수 없다. 마실 때야 즐겁지만 숙취로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프면 “내가 왜 그렇게 술을 마셨을까…”하고 후회하게 된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가급적 술을 자제하고 차분한 연말연시를 보내라고 권하고 싶지만 조직생활을 하면서 무조건 술잔을 뿌리치기도 어려울 터, 한방의 지혜를 빌려 바람직한 음주법과 해주법(解酒法)을 알아보자.
술은 천천히 대화를 해가며 안주와 함께 마시는 것이 좋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시는 적당한 술은 약이 되지만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마신는 술은 독이 된다. 술은 도수가 낮은 주종부터 마시는 것이 좋고 가급적 섞어 마시는 일은 삼가야 한다. 독한 술을 마실 때는 물이나 우유를 함께 마셔 위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 과일이나 따뜻한 국물을 함께 먹는 것도 방법이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사포닌 계열의 성분이 많이 함유된 한방차를 자주 마셔 간에 낀 기름을 줄여줘야 한다. 도라지, 인삼, 청미래덩굴 뿌리(발계), 오미자, 오가피 등을 주전자에 넣고 끓여 물처럼 자주 마시면 간이나 혈관에 낀 기름때 제거에 도움이 된다. 그 중에서 특히 청미래덩굴 뿌리를 추천한다. 청미래 덩굴은 필자에겐 각별한 약재다. 약초를 찾아 산에 다니며 마주칠 때마다 그 뿌리가 굵고 강해 약성에 대한 궁금증이 일곤했다. 그동안 많은 임상 연구를 통해 이 뿌리가 피를 맑게 하고, 점막을 매끄럽게 하며, 몸 안의 기름기를 줄여 주는 효과가 있음을 경험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들어 산에서 직접 캐 사용하곤 했다. 숙취를 없앤다고 해장술을 마시는 습관은 건강에 좋지 않다. 알코올의 작용으로 뇌를 일시 마비시켜 숙취 증상을 눌러버리기 때문에 인체의 조절작용을 망가뜨린다. 술을 마시고 나면 몸은 후텁지근하고 찌뿌등 해진다. 이런 현상을 한방에서는 습열(濕熱)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없애는 방법이 해주법이다. 대표적인 약 처방으로, 대금음자(對金飮子 : 약 효능이 매우 좋아 황금에 비할 만하다는 뜻)를 들 수 있다. 이는 진피, 후박, 창출, 감초 등의 약재로 만드는데, 습열로 인해 속이 텁텁하고 더부룩한 증상을 없애고 기를 소통하게 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 중에는 콩나물과 무채가 들어간 북엇국이 으뜸이다. 콩나물은 물기가 많고 어둡고 후텁지근한 환경에서 길러진다. 그렇기 때문에 능히 습열을 견디는 성질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싹 틔운 콩나물을 한방에서는 대두황권(大豆黃券)이라 해 습열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약재로 쓰고 있다. 무는 그 시원함이 소화를 돕고 체기를 내려 준다. 말린 명태인 북어는 북방의 수기를 받고 자라는 생선이라 해독의 명품이 된다. 이런 재료의 조합으로 끓여 내는 북엇국은 숙취를 해소하는 최고의 음식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