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원광대학교 한의예과 2년 김성하씨께서 지난 여름방학중 1박 2일간
옴니허브 사천성 약재산지 및 가공현장을 방문하고, 옴니허브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옴니허브 사천성 약재산지를 다녀와서…

[사진]사천성 면양시 안현/부자를 캐고난 뒤 옥수수를 심어놓은 부자밭

신민교교수님, 정종길교수님, 동신대 준보오빠, 공중보건의 보견이오빠, 학교선배 현우와 함께 중국에 온 지 5일째 되는날..
성도의 뿌옇고 습한 날씨에 적응해갈 즈음, 오늘은 왠일로 하늘이 맑다.
8시 반 즈음, 옴니허브 일행이 호텔로 도착했다. 도이사님과,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몇몇 중국 사람들, 그리고 옴니허브에서 학술부를 맡고 있는 사슴언니.. 옴니허브의 사천성 약재 산지관리방문 시기에 맞춰 우리일행도 운좋게 합류하게 된것이다.

‘옴니허브와 1박2일을 같이보낸다~’는 말을 듣고 계속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궁금증에 교수님께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느냐고 여쭤보았더니 교수님은 ‘약초재배지역을 살펴보게 될거야’라고 답해주셨다.

옴니허브에서 미리 준비해 온 설명서로 부자와 후박을 보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예과2학년이고 (나의 무식함의 핑계다^^:) 아직 본초학을 배우지 않아서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 지난 사흘 동안 교수님들과 같이 다니면서 듣게 된 식물 이름이 고작 내 아는 것의 전부였다.
부자에 관해서라면 아는 것이 독성이 강하다는 것.. 후박은 처음 들어보는 식물이었다(앗, 창피;).

우리는 옴니허브와 만나자마자 간단해 자기소개를 한 후 바로 면양시 안현으로 출발했다.
버스 안에서 그나마 좀 지식을 쌓으려 언니가 나눠 준 프린트를 읽어보려 했건만, 쏟아지는 잠아~· 한참자고 일어나니 거의 옥수수 밭과 부자 밭만으로 이루어진 마을에 도착했다.

바로 가공현장으로 갔다. 빨간 벽돌 집으로 들어가니 하얀 가운을 입고 부자를 썰고있는 아주머니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띠었다. 진한 갈색의 달콤한 냄새가 나는 부자를 썰고 계셨다. 증기로 부자를 찌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여러 개의 통도 보이고.. 뭘 먼저 봐야할지 방황하고 있던 나에게 현지 공장인이 가공과정에 대해 차례대로 설명해주었다.

부자 채집은 원래 7월 중순에 끝나고 그것을 씻은 다음 간수에 15일 동안 저장해놓는다. 교수님 말씀이 소금물을 대신 하는 것으로 썩지 않도록 하는 저장의 용도라고 하셨다. 하얀 거품이 일어나있는 간수 속에서 부자는 15일 동안 목욕을 한다. 그것들을 꺼내고, 삶고 식히고 하루 동안 물에 담궈 놓는다.
그 물은 부자가 우러나서 그런지 갈색 빛을 띠고 있었다.
그 다음 아주머니들이 부자를 썰어낸다. 그 후 3일 동안 물에 담궈놓는데 20시간에 한 번씩, 즉 하루에 한 번 꼴로 새 물로 갈아준다.
흑순편의 경우 황당과 채유에 하루 정도 더 담궈놓는데 황당(흑설탕)과 채유는 색을 내는 효과가 있고 영양을 주는 효과가 있다.
교수님 말씀이 부자에는 원래 영양이 없고 발산 기능만 있어서 처방할 때 보통 자양성을 갖는 용안육, 숙지황을 같이 쓰거나 닭고기, 돼지고기와 같아 삶아 먹는다고 하시면서 이 흑설탕과 채유가 바로 자양성의 효과가 있다고 하셨다.

백부편은 흑수편과 가공과정이 같은데 다만 항당과 채유를 넣지 않고 껍질을 벗겨 가공한다. 백부편이 물에 담겨져 있는 모습은 마치 굴이 물이 있는 것과 같은 형상이었다.
그 후 5시간 찐 다음 말린다. 사천은 워낙 뿌옇고 습기가 많아서(오늘과 같은 날씨가 1년에 간혹 있다고 하셨다) 햇빛대신 홍건의 방법을 쓴다. 석쇠위에 너무 세지 않은 불로 7시간에서 8시간 말린다.
그 옆에 부자의 가공과정이 끝난 것들이 있었는데 무서워서 조금, 아주 조금 맛보았다. 너무 조금 먹어서 그런가.. 솔직히 무슨 맛인지 잘 느끼지 못했다.
교수님 말씀이 한국에서는 약간 덜 우려내고 독소성분이 있는 것을 약으로 써서 간이 영향을 받는데 이 방법은 완전 중국식이라 독성분이 거의 제거된다고 하셨다.

심는 것은, 감자처럼 작은 종근을 떼어내어 심고 1년 후 이것이 주근이 되는데 이를 옮겨 심는다 했다.
현우가 교수님께 ‘염부자’에 대해 여쭤보았다. 염부자는 원래 저장을 위해 생긴 것으로 앞으로는 이렇게 흑순편, 백순편으로 나눠서 가공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하셨다.

우리가 가공현장을 살피는 동안 동네 사람들 여럿이 우리를 구경하러 왔다. 조금 쑥스러웠다.^^;
다 같이 사진을 찍고 공장을 떠나 식사하는 곳으로!
식사하러 간 곳에는 상체를 벗은 남자 분이 서빙을 하고 있었다. 사천은 원래 습기가 많고 무더운 날씨라 남자들이 보통 웃통을 벗고 다닌다. 아이고 민망시러라…

너무너무 배가 고팠지만, 중국음식은 역시 적응이 안된다.

  [사진]부자 가공공장을 방문한 우리일행

현우, 보견이 오빠, 나 준보 오빠가 먹는 양보다 신민교 교수님 혼자서 드시는 양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갔다.  언니와 도란도란 얘기하고 잠든 사이 벌써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후박은 전 날 나눠주신 프린트를 미리 읽어봐서 그런지 조금 자신감이 들었다.
후박나무의 잎과 줄기는 마치 힘 센 웨이터가 손에 여러 개의 접시를 들고 잇는 것 같은 형상이었다. 그리고 요엽후박 잎의 끝이 갈라진 모습은 (글로 읽은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서 그런가?) 정말 신기했다.

12시 즈음, 산 속에서 후박의 껍질 채집과정을 봤다. 먼저 낫으로 나무껍질을 벗겨냈다.

안 쪽은 달콤한 냄새가 났고 상아색 빛깔이 나타났다. 나이의 많고 적음, 또 같은 나이라도 햇빛을 얼마나 받았느냐에 따라 후박나무의 두께가 다르다 했다.
원래 이것을 5, 6월 나무에 물이 올라가 물기가 있을 때 해야 나무껍질이 잘 떨어진다고 했다. 또한 옴니허브는 20년 된 나무만 쓴다고,.. 현지 작업자 말씀이 옴니허브는 까다로워서 그 점이 작업할 때 어려운 것 중 하나라고 하셨다. 후박 껍질은 두충과 비슷했다. 하지만 두충처럼 끈끈한 성질은 없었다.

[사진]후박의 껍질을 벗기고 있는 모습

다음으로 가공 공장으로 갔다. 챙챙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그 곳에서는 사람들이 날카로운 도구를 가지고 후박껍질을 벗겨내고 있었다. 흑색이었던 껍질에서 연두색 속살이 나타났다.
껍질을 깐 후박은 선반 위에 올려서 50~60%정도 말린다. 통풍건물에서 음건을 시켜주는 데 햇빛으로 말리면 발산되어 향이 나가게 되니, 시간이 걸려도 음건으로 한다고 했다.
그 다음 후박 잎 위에 후박, 그 위에 후박 잎, 그 위에 후박 이렇게 층층히 쌓아서 發汗시킨다. 나무가 땀을 낸다니,, 후박이 찜질방에 들어간 것이라고나 할까. 이것을 잘해야 색도 좋고 향도 잘 난다.

기온에 따라 3~4일 발한시키고 너무 오래하면 썩으니 조절하는 것이 테크닉이다.
냄새를 맡아 보았는데 향이 라면스프 비슷했다. 씹어 보았는데 민감하지 않은 나도 주의를 기울여보니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떤 맛도 나지 않다가, 계속 씹어보니 쓰다가 매웠다. 이 마지막 매운 맛은 발한을 잘 해야 난다고 하니 발한 과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식사하고 오는 길에 떨어져 있는 후박 열매를 발견했다. 열매에는 매콤한 맛있는 냄새가 났고 그것을 까보니 붉은 색 씨앗이 알알이 박혀 있었다. 이것이 나중에 검게 된다고 했다. 갑자기 비가 세차게 와서 토란 잎을 쓰고 뛰었다. 천연모자였다.
바닥에 튀기는 비 소리는 그야말로 경쾌했다.

어느새 1박 2일간의 약초답사 일정이 끝났다. 1박 2일 간의 옴니허브와의 답사는 나에게 본초학에 흥미를 돋궈주었고, 하나의 약재에도 깊은 수고와 노력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옴니허브’에 대해 회사라는 개념이 앞섰었다. 그렇지만 도이사님 얘기도 듣고, 언니 얘기도 듣고, 실제 견학도 해보고 나니 새로운 곳을 개척하여서 한국에서 부족하거나 혹은 재배하지 않는 좋은 약재를 공급하여 환자의 치료를 도우니, 이것도 애국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이런 기회를 주고, 좋은 약재 만들기에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옴니허브일동에 감사드린다.^^